“이런 노래 좋아하는구나?”
MP3로 들을 노래를 고르고 있던 중에 언제 왔는지 선우가 내 헤드셋을 벗겨 본인이 쓰고 있었다.
“Maroon5가 많지 아무래도.”
좀 당황했지만 쉬는 시간에 누군가와 얘기하는 것도 거의 없는 일이었기에 별로 싫지는 않았다.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이거.”
분명히 쉬는 시간은 10분인데 어떻게 1학년 층의 학급을 다 휩쓸고 다니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1학기 초부터 모든 아이들이 선우를 좋아해서 그가 찾아오는 것을 반기는 것도 말이다. 무엇보다…
“종 쳤다. 또 보자!”
아무도 학교에선 날 찾지 않는데 선우만은 전혀 다른 아이들 눈치 보지도 않고 늘 다정하게 말을 걸고는 했다. 나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학교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면 항상 찾아갔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예상 못했다. 중간고사였는지 기말고사였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여하튼 시험기간이었던 어느 수요일이었다.
“나랑 급식 먹고 시험공부할래?”
물론 둘이 얘기 중이긴 했지만, 시험공부를 애들 보는 데서 나랑 하겠다고? 배짱도 좋다.
“어… 그래.”
선우가 아니면 항상 그렇듯 혼자 밥을 먹으면서 동정 어린 시선을 받을 게 분명했으니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내가 행복한 이유를 알려줄게.”
무슨 이야기를 할지 잘 감이 오진 않았지만 굉장히 아이들의 눈길을 끌며 식당으로 들어섰다. 밥 먹으면서 한 얘기는 기억이 안 난다. 흐름상 별로 중요한 내용도 아니니 넘어가도 상관없겠지. 아무튼, 식사를 마치고 다음날 있을 역사 시험 준비를 위해 선생님께서 손수 구성하신 자료들을 챙겨 과학실로 향했다. 둘이 남게 되자, 드디어 그가 본론을 꺼냈다.
“넌 10년 후에 뭐가 돼 있을 것 같아?”
“으음.. 작가?”
“그럼 30년 후에는?”
“.. 응?”
“죽은 후에는?”
아.. 그래, 전도였다. 교회에 대해 초등학교 시절의 좋은 기억이 많고 선우랑 친하게 지내고 싶기도 하니 일단 듣기로 했다.
의외로 성경 내용을 곧잘 풀어서 놀랐다. 천지장조부터 예수의 재림까지 옛날이야기처럼 완벽하게 정리했다.
“끝까지 잘 듣네. 어때? 믿어볼 마음이 생겨?”
그 순간 내 안에 있던 신에 대한 그리움이 반응한 걸까, 곧바로 대답했다.
“믿을 거야.”
그 말을 하기 무섭게 선우가 울먹였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하고 있는 나에게 그는 자신이 하나님께서 어떤 감정을 느끼시는지 좀 와닿아서 그랬다 설명했다.
“아마 넌 지금 무슨 얘긴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다.”
선우의 말대로 시간이 좀 지나고 난 후에야 그때 그가 한 이야기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어쨌든 나 본인과 선우 둘 다 갑작스러운 신앙고백의 시작에 흥분했는지, 약간 상식 이외의 다음 일정을 정했다. 다음날 시험인 고등학생들이 수요 저녁 예배에 참석하기로 한 것이다.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학교 근처로 이사 왔던 차라 선우 역시 아직 다닐 교회를 고르고 있었던 중이었는데, 그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선우의 어머니께서 마음에 들어 하시고, 젊은 전도사님께서 수요 예배를 인도하시는 곳이 있기에 공부를 하다가 시간 맞춰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서 어땠냐고? 전도사님은 좋으신 분이었다. 하지만 나와 선우가 기함을 토하고 학교 선배가 다니는 교회를 따라가게 된 것은, 그 주의 일요일에 들은 목사의 설교 때문이었다.
“ 예수님을 믿어야 선진국이 돼요. 원주민들은 예수를 안 믿어서 문화가 발전하지 않는 겁니다.”
다행히도 선배를 따라 옮겨간 교회는 그런 성경에 있지도 않은 말을 설교라 내뱉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매주 같이 새로운 교회에 출석하게 됐다. 이것은 곧 나와 선우가 사귄다는 소문을 불러왔다.
“정말 교회 끝난 다음에 뭐 안 했어? 쇼핑이라든가?”
“그냥 집에 갔어.”
“저번에 급식은 왜 같이 먹었어?”
“친구라서.”
물론 아이들은 전혀 믿지 않았다. 솔직히 이 정도 시선이면 아무리 선우라도 나를 가까이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를 잘 모르고 한 생각이었다.
“서봄비! 문예창작 수업!!”
이런 무모한 애를 봤나. 하긴 그러니까 차선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