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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Feb 20. 2023

남들 시집갈때 나는 대학간다.

5. 눈에 보이지 않는 허들

이런 순간이 또 있었던것 같다.


나를 가로막고 있던 허들이나

장벽을 나의 노력으로 넘었던적.

그리고, 그 성공으로 인해 희열을 느꼈던 적 말이다.


초등학교시절.

나는 교과목중에서 체육이 제일 싫었다.

피구, 발야구, 달리기, 뜀틀 같은 모든 활동들이

나에게는 재미도 없었고,

잘해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냥 그 시간이 빨리 흐르길 바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고,

새로 부임한 담임선생님의 담당 교과목이 체육.

아니나다를까, 체육시간만 되면,

다른학년이었을때는 대충하고 넘어갔을 것들이

그냥 넘어가지지가 않았다.

선생님은 못할수록 무조건 더 시도하게 했고,

실패가 쌓일수록 나는 체육이 더 싫어졌다.

일주일에 한번 있는 체육시간이

점점 지옥의 시간으로 다가올 무렵,

한번도 경험해본적 없는 높이뛰기가

내 앞에 준비되어 있었다.

역시나 나는 누구나 다 넘을 만한 높이부터

바를 떨어트리며 넘지 못했다.


"ㅇㅇ이는 오늘부터 집에 가기전에 높이뛰기 연습하고 가. "

청천벽력이었다.

내가 왜 남들 다 집에 가고 학원 가는 시간에 왜 남아서 하기도 싫은 높이뛰기를 해야 하는걸까?

온갖 짜증이 내 몸을 휘감았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그날 이후부터 나는 하교시간이 되면,

집이 아닌 체육관으로 몸을 움직였다.

하기싫어도 선생님이 시켰으니 반항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지금의 학교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지만, 내가 학교를 다녔을 시기에는 선생님의 말이 곧 법이었다.)

선생님은 내가 높이뛰기를 연습할 수 있게

항상 미리 준비를 해놓으셨다.

선생님의 지도에 맞춰,

나는 계속 시도했고,

 계속 실패했다.

선생님은 나에게 자세부터, 뛰는 타이밍,

가속도를 올리는 방법등을 세세하고, 세밀하게 알려줬고,

오랜 시간이 흐른후에 나는 처음으로 내가 넘지 못했던 높이뛰기를 넘었다.


이것이 나의 최초의 성공이었다.


그때는 단순히 선생님께서 넘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하지 못했던 걸 할 수 있게 만드는 마음가짐, 방법을 알려주려고 하셨던것 같다.


내가 하지 못하던걸 하게 된다는건.

단순히 사전적인 의미의 '하다'를 넘어 하나의 문을 열거나, 계단을 올라가는 확장의 개념이 된다.

나의 공간이 확대되고, 나의 시야가 넓어지고,

나의 생각의 폭이 증폭된다.  


그때는, 눈에 보이는 허들을

선생님의 도움닫기로 넘었고,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허들을

나의 도움닫기로 넘었다.


나는 앞으로 생겨날 수많은 허들을

지금처럼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나를 바탕으로 넘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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