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시집갈 때 나는 대학 간다.
4. 08학번에서 23학번으로
수시원서접수시기에 맞춰 각 대학별로 입시요강이
쏟아져 나왔다.
그 많은 대학 중 나에게 꼭 맞는 대학을 찾기 위한 조건을 설정했다.
첫 번째, 회사와 학교를 병행해야 했기에
무조건 서울에 있는 야간대이며,
두 번째, 행정학과 또는 경영학과가 개설되어 있어야 했고,
세 번째, 높지 않은 경쟁률인 학교여야 했다.
위 3가지의 조건을 기준으로 학교를 찾아보니
몇 개 남지 않았다.
야간대가 점점 없어지는 추세인 데다가, 있는 경우에도 마땅한 학과가 없었다.
추리고 추리자 한 군데밖에 남지 않았고,
작년 기준 경쟁률도 높지 않았다.
학교를 선택하였으니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야 했다.
원서접수에 필요한 서류 중에
고등학교 생활기록부가 있었다.
생활기록부 안에 기재된 나의 장래희망을 보자 아릿했다.
고 1부터 3학년까지 변함없는 나의 장래희망.
이제는 빛바랜 나의 장래희망이었다.
3년의 고등학교 생활이 현재 나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것이 솔직히 무서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노력하고,
더 잘했어야 했다고 후회가 밀려왔지만
후회한다고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에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14년 만에 대학 입학을 위한 원서를 제출했고,
경쟁률을 확인했다. 3:1이었다.
어떤 날은 가능할 것 같았고,
어떤 날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어떤 날은 내년을 대비해야 하나 생각했고,
어떤 날은 이번이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했다.
하루에도 수백 번 내가 원서를 제출했다는 확인서만 들여다봤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두툼한 외투를 입고 출근 한
12월의 어느 날.
나는 대학 합격 소식을 들었다.
20살과 34살. 인생에서 두 번 대학에 합격했다.
그렇게 08학번이었던 나는 23학번이 되었고,
22년의 끝자락에서 새로운 시작의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