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규리 Aug 06. 2021

결여

행별없

 최근, 가지고 있던 옵션들에 격차가 생기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갑작스런 결여는 쥐고 있던 것을 들여다볼 수 있게끔 만들어 주었다. 백번쯤 고민해야 한번 정도 실천하는 나에게 동력이 된 것이다. 어차피, 어쨌든, 모색했어야 할 길이기도 했다. 어쩌면 조금 더 일찍 전방위적인 고민을 해야 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인생에 대한 책임감을 가졌어야 했으니 말이다.


 자연스레 변화가 생겼다. 먹고 싶은 건 먹고 살자던 내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힘들 때마다 부르던 택시도 좀처럼 찾지 않는다. 비단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다. 아직은 여유로운 듯했던 시간이 촉박하게 느껴지고 단출했던 인생 계획도 어딘가 비장해졌다.


 몇 년 전 비슷한 상황 속의 나와 비교해보자면 지금의 나는 어설프게나마 구색을 갖추었다. 어렴풋한 짐작이 아니라, 스스롤 자각할 수 있을 정도로 제법 단단해지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상황이 마냥 나쁘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티끌만한 긍정적인 부분을 애써 과장하는 것도 아니다. 모순 같겠지만 책임을 지자 자유로워졌다. 더 신중하되 더 빠르게 준비하고 선택해야 할 뿐이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누군가를 받쳐주기 위해서 하루의 가장 큰 조각을 떼어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훗날, 그 조각들이 모여 기필코 내 마음에 꼭 드는 크기와 모양의 행복이 될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자주 웃자. 내 마음에 드는 내가 되고, 그런 나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여의치 않다면 어느 정도는 현실을 감수하기도 하고, 다시 현실에 매몰되기 전에 내면을 들여다보고, 누리면 그뿐이다. 생각하자. 행복 별거 없다.

작가의 이전글 빈둥거림의 달콤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