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별없
최근, 가지고 있던 옵션들에 격차가 생기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갑작스런 결여는 쥐고 있던 것을 들여다볼 수 있게끔 만들어 주었다. 백번쯤 고민해야 한번 정도 실천하는 나에게 동력이 된 것이다. 어차피, 어쨌든, 모색했어야 할 길이기도 했다. 어쩌면 조금 더 일찍 전방위적인 고민을 해야 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인생에 대한 책임감을 가졌어야 했으니 말이다.
자연스레 변화가 생겼다. 먹고 싶은 건 먹고 살자던 내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힘들 때마다 부르던 택시도 좀처럼 찾지 않는다. 비단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다. 아직은 여유로운 듯했던 시간이 촉박하게 느껴지고 단출했던 인생 계획도 어딘가 비장해졌다.
몇 년 전 비슷한 상황 속의 나와 비교해보자면 지금의 나는 어설프게나마 구색을 갖추었다. 어렴풋한 짐작이 아니라, 스스롤 자각할 수 있을 정도로 제법 단단해지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상황이 마냥 나쁘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티끌만한 긍정적인 부분을 애써 과장하는 것도 아니다. 모순 같겠지만 책임을 지자 자유로워졌다. 더 신중하되 더 빠르게 준비하고 선택해야 할 뿐이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누군가를 받쳐주기 위해서 하루의 가장 큰 조각을 떼어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훗날, 그 조각들이 모여 기필코 내 마음에 꼭 드는 크기와 모양의 행복이 될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자주 웃자. 내 마음에 드는 내가 되고, 그런 나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여의치 않다면 어느 정도는 현실을 감수하기도 하고, 다시 현실에 매몰되기 전에 내면을 들여다보고, 누리면 그뿐이다. 생각하자. 행복 별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