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두 켤레

좋은 물건. 오래. 새것처럼 쓰기

by SueSue

"일년에 양말이 최소 몇 켤레 필요하십니까? "

구독 중인 한 유튜브 채널을 보던 중

유튜버 주인장이 한 질문이다.


여행작가이자 유튜버인 미니멀리스트인 분이다.

이분의 라이프스타일은 외국 나가 있던 시절의 나와 많이 닮았다.


나에게 필요한 물건을 최소한의 갯수로 갖는다.

갖고 있는 물건도 크기가 불필요하게 크다면

줄일수 있는만큼 잘라내고 고쳐서 사용한다.


내가 나에게 한 대답은 "두 켤레" 이다.


일 년을 예정으로 외국에 가 있기로 했을 때,

출국 몇 일 전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앞 킴스클럽에서

급히 산 양말이 두 켤레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두 켤레로 일년을 살았다는것 보다도

일년이나 썼음에도 거의 새것 같았다.

(발가락에 작은 구멍이 생겨 한 두번 기운것 말고는 말이다.)

아직도 그렇게 튼튼한 양말을 나는 찾을 수 없다.


지금 나는 열 일곱 켤레의 양말을 갖고 있다.

다섯 켤레는 지인이나 gym으로부터 선물받았고

열 켤레는 세일을 한다고 해서 충동적으로 구입한 세트이다.

(정말 필요해서 산 양말은 지금도 신기하게도 두 켤레이다.)


두 켤레로 돌려 신던 시절에는

외출 후 돌아오면 매일 간단히 손으로 빨았었다.

샀을 때의 형태를 유지한채 빨고 말렸다.

신으려고 꺼냈을 때 새 것같은 형태를 유지한 하얀 양말을 볼 때마다 약간 행복했다.


나는 물건을 새것처럼 오래 쓰는 것을 좋아한다.

물건을 쓰려고 꺼내거나, 물건을 준비할 때

새 것 같은 흰 양말이나 반짝이는 컵 같은 것들은

보는것 만으로도 기분을 좋게 한다.


그래서 사용한 물건을 닦거나 유지할 때

최대한 상하지 않도록 조금 신경을 쓴다.


두 켤레의 양말을 돌려쓰던 시절

일년 내내 쓴 냄비를 한국에 가져왔는데,

어머니는 그게 새 것인줄 아셨다.

새로 산 것을 내가 아까워서 쓰지 않고 가져왔다고 생각하셨다.

거의 매일 썼다고 얘기해도 아직도 믿지 않으신다.


그리고 한번 사면 오래쓴다.

십년이든 이십년이든 물건이 기능하지 못할 때까지 쓴다.


물건을 버려야 할 때 죄책감이 들어서이기도 하다.

저 것들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고

미처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게 되면 어떤 형태로 마주쳐야 하는지 알아서일 것이다.

제대로 처리된다 해도 그 과정에서 자연에 이롭지 못한것들이 발생된다.

그것들로 인해 힘 없는 아름다운 생명들이 어떻게 고통받는지 알아서일 것이다.


그래서 뭔가를 사고 싶을 때 고민을 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사야할 때는 오래 쓸 수 있는 좋은 품질의 물건을 사려고 한다.


그렇게 하다보니

내가 갖고 있는 물건들은 제각각의 스토리가 있는 십 년 이상 된 것들이 많다.


지금 쓰고 있는 작은 손톱깎이에는

대학교 신입생이던 시절에 붙여놓은 토끼 모양 비닐 스티커가 아직도 붙어있다.

십 몇년 전 미국 중고샵에서 6달러를 주고 사온 스탠드는 매일 저녁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사회 초년생이던 시절에 구입한 질 좋은 카고바지는 아직도 사람들이 어디서 샀냐고 물어본다.


나에게 맞는 물건을 오래 쓰다보니

불필요한 지출을 거의 하지 않게 되는것도 이득이라면 이득이다.


가능하면 구입하지 않고

어떻게든 있는 물건들로 해결하려고 궁리를 하다보면

기발한 생각들이 떠오를 때가 많고

그것들을 실행해보면서 갖게 되는 재미와 효용감도 상당하다.


물건이 적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이 내가 아는 가장 큰 장점인데

예전에 비하면 물건들이 많이 늘었다.


그 때처럼 내 모든 물건이 들어간 캐리어 하나와

작은 배낭에 종이백 하나 들고 길을 나설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가고 싶다.

조금 더 자유로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요즘이다.

















작가의 이전글무지개와 아기의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