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만드신 팥죽
冬 : 겨울 동
至 : 이를지
요즘 가끔 한자 공부를 한다.
책을 읽다가 우리말 뒤 괄호 안의 한자가 나오면 찾아보고 외워본다.
고등학생 때를 마지막으로 한자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그냥 이런저런 뜻이려니 하며 넘겨왔다.
항상 쓰던 단어라도 한자를 찾아보다 보면
왠지 더 의미가 풍부하게 와닿는다.
오늘은 동지(冬至)이다.
24 절기의 마지막 절기이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예전에 할머니가 살아계셨을 때에는
겨울이 마침내 도착한
동짓날 저녁 밥상에 가끔 팥죽이 올라왔다.
어머니가 가을에 수확해 잘 말려두었던 팥을
알갱이가 잘 부서질 때까지 익히려면
불 위에 걸어둔 솥이 오랫동안 보글거려야 했고
타지 않도록 중간중간 잘 지켜봐 줘야 했다.
달지 않고 되직하게 잘 부스러진 갈색 팥과
그 사이로 보이는 드문드문 보이는 밥 알갱이들
팥의 붉은색이 액운을 쫓아준다던데
어린 나의 눈에
잘 말려진 팥도, 그 팥으로 만든 팥죽도 전혀 붉지 않았다.
지금은 안다.
한 그릇 팥죽이 밥 상에 올라오려면
우리 어머니는 봄부터 어디에 쓸지 미리 생각하시고
팥을 심고 여름 내 틈틈이 풀을 메고
가을 알맞은 시기에 이삭을 따서 볕에 잘 말리셨을 모습을.
죽을 만들려면 많이 기다려야 한다.
시간은 더 많이 필요하다.
나보고 하라면 나는 하지 않을 일이다.
동짓날 나는 맑은 하늘에 얇고 넓게 깔린
깃털구름을 올려다보며 행복한 산책을 했다.
우리 어머니는 편안하고 따뜻한 저녁을 보내고 계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