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by SueSue

봄이 일찍 왔다.

나무들이 서둘러 꽃을 피운다.


개나리, 산수유, 진달래, 목련, 매화.

길가의 민들레에도 꽃이 피었다.


따뜻해지고 나서

요 며칠 뒷 산으로 산보를 나간다.


아주 기분이 이상했던 첫날부터

며칠에 걸친 산보 끝에

오늘은 SF 공포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꿀벌들이 없다...


더글라스 애덤스의 1984년 작,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안녕, 그리고 물고기들은 고마웠어요." 라는

지구를 떠나는 돌고래들의 마지막 인사를 들은것 같은 기분이다.


아서와 펜처치의 대화 중,

"돌고래들이 하나도 없어요. 전부 사라졌어요. 자취를 감췄다고요."

(Perplexity 에게 그려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명랑한..... 그림을 그려주었다..)


봄에서 얻는 첫번째 나의 즐거움은

화단에 무릎 높이까지 자라난 회양목 위,

무수히 피어난 연두색 꽃들을 바쁘게 헤집으며

부지런하고 꼼꼼하게 일을 하는 벌들을 훔쳐보는 것이다.


이게 봄인가 싶을 때에도,

꿀벌들은 누구보다 빨리 나와서

자기 할일을 하는 곤충이다.


커다란 인간이 코 앞에 앉아서 훔쳐보고 있어도

도망가거나 숨는일 없이

그저 바쁘게 일에만 집중하는 녀석들이다.


(며칠 간의 산책 동안 단 두 마리의 꿀벌을 보았다...)


꿀벌 개체 수 감소는 10 여년 전부터 뉴스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 같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고온 및 개화 시기 불일치,

서식지 감소, 살충제 노출과

기존 방제제에 저항성을 가진 꿀벌응애 피해 등

복합적 작용에 의한 결과이다.


미국의 여러 매체에 따르면

2024-2025년 겨울을 지나면서

상업적 양봉 군집의 평균 62%가 폐사했다고 한다.

(평년 겨울철 손실의 두 배를 넘는 수치...)


미국 작물의 절반 이상이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어

아몬드, 사과 등 주요 농작물의 생산량 감소, 가격 상승으로 예상되고

수분 서비스까지 중단될 수 있다고 한다.


폐사로 인한 직접적 손실액은 약 3,000억원,

농작물 가격상승을 제외하고도 8,300억원정도의 경제적 영향이 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고,

2025년에서 2026년 겨울을 지나면서

어쩌면 더 악화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인간이야 당장의 먹을 거리, 경제적 손실 정도로 가늠할 뿐이지만.

꿀벌이 있어야 번식할 수 있는 식물들과

그 식물들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는 여러 동물들에게는

너무... 치명적이고.. 그로 인해 파급될 결과들은

상상하기도 싫다.


AI와 로봇이 모든 일을 대신 해줄 수 있을 것처럼 기대하고

그것들을 완벽하게 현실화 하기 위해 돌아가는 요즘이지만.


꿀벌들이 사라진 세상에서

수분 기능이 탑재된 로봇 벌들이 혹여 개발될지라도.

회양목에서 그것들이 작업하는 모습은

살아있는 사랑스럽고 부지런하고 용감한 꿀벌들이

누가 쳐다보든 아랑곳 하지 않고 바삐 일하는 모습보다는

아름답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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