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도 지나고..
설날 선물 포장에 쓸 이것저것을 사러 동네 다이소에 갔었다.
벌써 벚꽃이 프린트된 다양한 물품들이 진열되기 시작했다.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 오고 나서
재작년 겨울에는 난방을 18도로 맞춰 지내봤고,
올 겨울에는 난방을 하지 않고 살아봤다.
재작년에는 난방비를 아껴볼까 해서였고
괜한 도전 정신도 올라와서였는데,
이번 겨울에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다.
에어컨 없는 여름보다는 힘들지 않았다.
이상한데 고집이 있어서
에어컨 없이 여름을 보낸 지 꽤 되었다.
가을 이불이 자연스럽게 겨울 오리털 이불로 바뀌고
반바지 반팔은 자연스럽게 긴바지 긴팔로 바뀌었다.
조금 더 추워졌을 때 스웨터를 걸치게 되었고,
코가 시려 이불밖으로 나오기 싫을 때는
유행이 지나 입지 않던 얇은 다운 점퍼를 걸쳤다.
맨 발이 시려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두꺼운 양말을 신기 시작했다.
그렇게 겨울의 한가운데가 되었을 때,
내 모습은 예전에 같은 동네 2층 양옥집에 넉넉하게 사시던
우리 이모의 겨울철 차림새와 비슷한 모양이 되었다.
재작년 겨울에 우리 집 실내 온도는 18도였고
이번 겨울 가장 낮았던 실내 온도는 13도였다.
샤워를 하거나 설거지를 할 때도 온수는 사용하지 않았다.
설거지할 때는
책상 서랍에 박혀있던 흰 운전용 장갑을 끼고
그 위에 고무장갑을 썼다.
찬물샤워를 두 번의 겨울 동안 매일 해봤는데
팔다리의 건조함이 없어졌다.
바디로션도 바를 필요가 없어졌다.
감기는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콧물을 몇 번 훌쩍인 적은 있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겨울이 거의 지났다.
딱 하나 불편한 점은
계절이 넘어갈 때
몇 일간은 기운이 없다는 점이다.
바뀌는 날씨에 몸이 적응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노약자가 아니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겨울을 겨울답게 보내고 나니
이제 정말 봄이 기다려진다.
작년에 보았던 벚꽃이 핀 봄길
길가의 제비꽃
바람에 날리는 벚꽃잎이 기다려진다.
입춘은 지났고, 우수가 지나면 봄기운이 느껴지려나.
이번 여름에는 정말 에어컨을 하나 사야 하나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