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기 위해 내가 만든 것

불안형 애착에 대하여

by 아리

'불안형 애착'

스스로를 안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타인이 나를 온전히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는 지속적인 의구심과 불안을 갖는 유형을 일컫는다.

반복적인 정서적 소외감, 타인과의 거리조절 어려움, 정서적 지지에 대한 갈망 및 실망, 스스로 애쓰기 반복, 자립에 대한 고민. 내 최근 고민들에 이름을 붙인다면 이러할 것이다.


내 일상에서 느낀 불안형 애착의 신호는 아래와 같다.

관계에서 확신 부족, 끊임없는 확인과 걱정

상대방의 반응(무관심, 단답, 부정 피드백, 거리두기)에 민감하게 상처받음

나만 애쓰고 있나, 내가 원하는 만큼 사랑받지 못할까 라는 생각

자기 존재 가치에 대한 의심, 기저에 숨은 불안과 자격지심

자기애와 타인애의 불균형

친밀감과 자립 욕구 사이 끊임없는 내적 긴장


심지어는 일상적 성취뿐 아니라 자기 돌봄, 휴식에서조차 충분하지 않다는 불안이 내면의 규칙처럼 작동하곤 한다. 내가 잘 해내지 않으면 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끊임없는 불신과 불안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불안이 많은 사람이라는 건 어렴풋 알고 있었지만, 내 불안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무엇이 원인인지, 어떻게 '정서적 자립'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이것조차 불안을 증폭시키는 건 아닐까 싶으면서도, 자신에 대한 분석이 보다 심층적으로 이뤄진다면 어느 구석의 불안 하나쯤은 줄어들 것 같았다.


먼저, 나 자신을 이해하기. 나는 애착이 불안정하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것을 성격적 결함이 아닌 관계적 습관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난 부족할 때도 있지만, 괜찮다. 내가 나쁜 감정을 느끼더라도 나는 가치 있고 소중한 사람이다. 나에 대한 정의를 하면서도 그것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두고, 그와는 별개로 나의 가치에 대해 스스로 반복해서 지켜주는 것이다. 나의 잘못, 부족함은 있어도 되는 것이니까.


두 번째로, 타인의 반응이 내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누군가는 나의 인사에 반응하지 않고, 누군가는 단답을 하며, 누군가는 비난을 하기도 한다. 그런 일이 있다고 해서, 내 존재와 가치가 부정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이 유독 오늘 피곤해서 예민했을 수도 있고, 저 반응의 원인은 내가 아닐 수도 있으며, 설사 내가 원인이라 할지라도 나와는 상관없는 감정인 것이다. 그럼에도 내 감정이 타인의 반응에 휘둘린다 느껴진다면 숨을 고르고, 내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볼 것이다. 타인의 반응이 내 가치라는 등식을 세우지 않고, 내가 책임져야 할 것은 온전히 '내 기분 챙기기'뿐임을 생각해 보기.


세 번째로, 나를 위한 안전기지를 만든다. 나는 이미 나만의 안전기지를 만들어왔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13년 전부터 어린 시절 채우지 못했던 알록달록한 인형들로 내 방을 채웠다. 따스한 인형 하나하나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인형이 가득한 방 공간 안에서 아늑함을 느꼈다. 내 힘으로 오롯이 채운 공간,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는 공간. 그 어떤 조건 없이, 나를 온전히 받아주는 존재.

다만 안전기지가 특정 사람이 되지않도록 유의할 것이다. 내가 멋대로 의지하고, 기대하는 건이 누군가에겐 부담이 될 수 있으며 결국 나는 정서적으로 자립한 온쪽이 되어야 하니까.


네 번째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그저 포기하고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나대로, 상대는 상대대로 존중한다. 나의 가치를 먼저 챙기고, 필요할 때만 관계를 확장한다. 또다시 일방적인 기대, 실망을 하게 된다면 일기에 기록해 패턴을 파악해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아이를 마음껏 사랑하기. 아이를 기르는 과정은 결국 나를 기르는 것. 아이에게 온전히 사랑을 주다 보면, 온전히 나를 사랑하는 아이를 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연습을 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경험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만드는 듯하다. 사랑을 주는 일은 꼭 동일한 형태의 사랑이 아닐지라도 어떻게든 나에게 돌아오는 가보다.




불안형 애착 경향은 나쁜 성격이 아니다. 반복된 실망과 상실, 조건부 사랑에서 온 나만의 생존 전략이다. 나를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는 내가 만든. 이것을 무조건 고쳐야하는 것으로, 또다른 강박을 만들지말자. 나를 인식하고, 그대로 두고, 안전기지에서 그저 쉬는 경험은 나를 점차 안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나를 너무나 사랑하는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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