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게도 마음을 열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2022년 10월 10일,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에휴,, 야 한국은 한글날이라 쉬는데 너는 일하겠네. 힘내라야. ^^"
어느 정도 장난기가 섞인 언니의 말에 나는 웃으며 가볍게 대답했다.
"우리도 홀리데이야. 여기 땡스기빙데이거든."
2022년 10월 10일! 캐나다의 공휴일인 땡스기빙데이다. 캐나다에서 매년 10월 둘째 주 월요일은 추수감사절이다. 흥미롭게도 11월 네 번째 주 목요일에 추수감사절을 보내는 미국과 날짜가 다르다. 추수감사절은 무슨 날일까? 미국과 다른 캐나다의 추수감사절은 어떠한 역사에서 시작되었을까?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is an annual Canadian holiday and harvest festival, held on the second Monday in October, which celebrates the harvest and other blessings of the past year.
캐나다와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날짜는 다르지만 비슷하게 한 해 동안의 농작물 수확을 기념하며 감사하는 시간을 갖는 기념일이다. 보통 터키를 먹으면서 가족들과 식사를 한다.
미국의 Columbus Day인 10월 둘째 주 월요일이 캐나다에서 추수감사절인 이유는 지리적으로 캐나다가 미국보다 북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농작물 수확시기가 비교적 빠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사적 기원도 다르다. 캐나다에서 추수감사절의 유래는 다양한 설이 있다.
첫 번째로 영국인 Martin Frobisher가 영국에서 북미대륙으로 오는 북서항로 개척을 감사하는 의미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이는 수확의 의미보다는 New World를 발견한 탐험가들이 신에게 감사한다는 의미로 Thanksgiving의 전통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Samuel De Champlain과 함께 뉴프랑스에 온 프랑스 개척민들이 성공적인 수확을 축하하기 위해 진행한 행사를 Thanksgiving Day의 기원이라고 본다. 이후 캐나다에 정착한 뉴잉글랜드 출신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영국에서도 북미 추수감사절 문화를 지속하게 되며 행사가 이어졌다고 본다. 그리고 설득력 있는 하나의 기원설은 없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캐나다 10월의 단풍은 정말 아름답다. 가끔 걸어 다니다가 잠시 멈춰 서서 길거리의 나무들을 한참 쳐다보고 다시 발을 떼고 걷는다. 그리고 드라이브하다 뜬금없이 '정말 차를 멈춰 세우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기도 한다. 2022년 나에게 추수감사절은 쉬는 날이자 단풍 구경하는 날이었다. 나는 친구들과 하이킹을 하고 식사를 함께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대학원에서 공부와 업무를 병행하는 S와 클라이밍을 너무 사랑하는 열정적인 직장인 C와 함께 셔틀버스를 타고 하이킹 장소로 향했다. 셔틀버스를 타고 나는 계속 "Wow, So Nice!! So Good!!"이라며 연신 창문 밖을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대박, 진짜 멋지다. 단풍 색 좀 봐. 정말 그림 같아. 어쩜 저렇게 예쁘냐, 눈을 뗄 수가 없네."라고 더 길게 말하고 싶었는데 30분 동안 셔틀 안에서 나는 "쏘 나이스"만 반복했다. 뭐 어떠한가, 진짜 쏘 나이스 했는 것을!
나는 친구들과 네 시간 동안 하이킹을 했다. 분위기에 취해서 다리가 아픈 것도 느낄 수 없었다. 후폭풍은 다음날 느꼈지만. 우리 셋이 함께하는 모임에는 원래 다른 친구도 있었다. 스위스로 떠나버린 L은 업무 때문에 캐나다로 왔다가 다시 본국으로 돌아갔다. 자연스레 우리는 L이 그립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C는 나와 S에게 물었다.
너희는 캐나다에 언제까지 있을 거야?
글쎄, 우선 2년은 있으려고 한다. 사실 막연하게 계획은 가지고 있지만 우선 일 년 동안은 부담 없이 새로운 경험을 하는데 집중하려 한다. 일 년 뒤 다시 계획을 짜야지. 근데 나는 여기서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여기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아쉽게도 다른 도시로 가버려서 떠나보낸 친구들도 있다. 우리는 이런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미리 서로 이별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언제라도 그들이 어디를 가더라도 그 전 까지는 다 같이 재미있게 놀아야지. 오늘도 우리는 맛있는 저녁을 먹고 따뜻하게 포옹하면서 헤어졌다. "땡스기빙을 함께 보내서 좋았어, 좋은 밤 보내!"라고 인사하며 나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선물을 꺼냈다. 나름 홀리데이에 만났는데 뭐라도 주고 싶어서 한인마트에서 샀던 꼬북칩을 줬다.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
집으로 돌아와서 나는 지난 캐나다 생활을 돌이켜봤다. 어느덧 나는 소중한 사람들과 연결되어있다. 캐나다에서 나는 막막했던 혼자만의 시간을 이겨내고 사람만나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내가 아는 캐나다에서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 방법
페이스북 캐나다 커뮤니티 가입후 글 올리기
캐나다 도시별로 개설되어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가입 후 모임 참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Bubble BFF 기능으로 친구 사귀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Meetup 가입 후 모임 참여
지나가는 사람에게 용기내서 말걸기
직장동료나 지인들이 초대해주는 모든 모임에 참여해서 사람들 만나기
캐나다 입국 후 일주일 뒤, 나는 혼자서 살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페이스북 캐나다 한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내 사진을 첨부하여 글을 게시한 게 처음이었다.
안녕하세요, 캐나다에 처음 왔어요.
혹시 제가 사는 곳 근처에 살고 계시는 한국인 계시나요?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댓글이 하나 달렸다. 누군가 걱정 어린 마음으로 전화번호를 남겨주셨다. 필요한 게 있으면 편하게 연락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또 다른 댓글이 달렸다. 나와 가까이 살고 계시는 한국인 분께서 집으로 초대해주시겠다고 하셨다. 와우. 너무 감사하게도 그렇게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나를 초대해주신 부부의 집은 내가 꿈꾸던 낭만적인 캐나다 집 그 자체였다. 잔디밭도 있고 여러 방이 있는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너무 예쁜 집에서 나는 한국인들을 만났다. 거기서 사람들을 소개받고 새로운 땅에 정착하게 되었다. 집을 알아볼 때나 차를 알아볼 때 나에게 부담 없이 연락하라며 사람들은 먼저 말을 건네주셨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캐나다에 오고 나서 세 달 동안은 회사 동료 말고도 동네 친구를 사귀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주말마다 온갖 모임에 참여했다. 거기서 또래를 만나면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당장 그 자리에서 약속을 잡아버렸다. 그렇게 만난 인연들이 친구를 또 소개해준 덕분에 이제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편하게 연락을 주고받는다.
아무 연결고리도 없던 이 사회 속에서 나는 마음을 열어준 사람들 덕분에 낯선 도시에서 조금씩 내 자리를 찾아가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추수감사절을 기념하며 캐나다에서 생활하는 동안 내가 수확한 것은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봤다. 결국 내가 얻은 것은 바로 이 사람들이 아닐까. 각자의 꿈을 가지고 이곳으로 온 그들의 반짝이는 눈을 보며 자극을 받기도 하지만 그냥 함께하면 재밌다. 수다 떨고 맛집을 가고 뜬금없이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할 때 내가 이곳에서 누군가와 이어져있다는 그 느낌 자체만으로도 나는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감사함을 함께 느끼는 소중한 날.
그날의 이름마저 너무 귀여운 날. Thanks를 giving 하는 날이라니.
감사하게도 나에게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준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나는 여기서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 성장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제는 나도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내년 땡스기빙데이에는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어휴, 앞으로 사람들에게 잘해야겠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