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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르방 Dec 19. 2022

메리 홀로 크리스마스

화려한 크리스마스 불빛 아래 혼자 보내는 연휴

해피 홀리데이 & 메리크리스마스!

12월 주말 우리 동네에서는 아기자기하게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울려 퍼지는 캐럴은 반짝이는 마을의 분위기를 더 신나게 했다. 흥얼흥얼 캐럴을 따라 부르며 걷다가 산타 분장을 한 할아버지가 아이들과 다정하게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을 괜히 흐뭇하게 바라보고는 다시 주위를 구경했다. 어둠을 밝혀주는 크리스마스트리, 조명은 그야말로 화려했다. 나는 가끔 조명이 너무 강하면 눈부셔서 눈을 찡그리는데 눈을 찡그리며 일그러진 얼굴로 거리를 걸었다. 많은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다가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혼자서 어두운 방의 조명을 하나하나 켜봤다. 한국과 달리 천장 조명이 많지 않은 캐나다는 스탠드 조명으로 집안을 밝혀야 한다. 온 집안의 조명을 다 켜고 책상에 앉아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쯤 되니 연초에 사람들이 나에게 캐나다에서 겨울은 정말 힘들다고 조언해준 말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막연하게 '앞으로 계속 이렇게 연휴 때마다 외로우려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이렇게 화려하고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시기에 지난 1년을 회고하고 앞으로의 1년을 계획하려 하니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무모하게 먼 나라 먼 땅으로 왔지만 나는 혼자서 잘하고 있는 것인지 계속 체크하게 된다.

내가 말은 잘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일은 잘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청소는 잘하는 건가?

내가 음식은 잘해 먹는 게 맞나?

내가 운동은 잘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 여러모로 자신감을 많이 잃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새로운 출발선에서 어리둥절 넘어져있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과정에서 많은 실패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이불 킥의 순간도 많았다. 업무 중에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된 적도 있었다. 새로운 친구를 운 좋게 만났지만, 아쉽게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한 인연들도 있다. 나는 아쉬움과 창피함이 뒤섞인 회고록을 썼다. 그래도 외롭고 불안하기만 한 한 해는 아니었다. 사회에 정착하고 싶은 욕심에 나보다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먼저 생각한 순간이 많았다. 그렇게 배려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오픈마인드로 다가가서 더 많은 기회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의 고집이 꺾이고 시야가 넓어진 한 해를 보내기도 했다.


매 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트렌드 코리아'를 읽는다. '트렌드 코리아 2023'은 다양한 주제가 있다. 올해는 '평균 실종', '알파 세대가 온다' 그리고 '네버랜드 신드롬' 등이 크게 기억에 남는다. 평균이 실종되고 개인의 개성이 강조되는 사회가 오고 있다. 그리고 MZ세대보다 더 개성 넘치는 알파 세대가 오고 있다. 어쩌면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찾는 여행을 미친 듯이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정신 승리, 책임회피 그리고 의존증과 같은 '네버랜드 신드롬'에 빠지지 말고 어른으로 성장하는 삶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책은 조언한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상 상실'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상실'이란 자신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없으며 부족함이 존재하는 현실을 수용하는 과정이다. 상실을 경험하고 그다음을 모색할 때 아이는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게 된다.


2022년 크리스마스에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노래를 부르고 예쁜 옷을 입고 화려하게 파티한다. 하지만 나는 혼자서 고요하게 2022년에 내가 부족했던 점들, 아쉬웠던 경험들을 다시 돌이켜본다. 어쩌면 올해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준비를 한 시기였기를 바라고 있다.


이민자인 나 말고도 누군가는 혼자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낼 것 같다. 가족, 사랑하는 사람과 만날 수가 없어서 혹은 만나고 싶지 않아서가 이유일 것 같다.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외로움에만 갇혀있을 수는 없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에 둘러싸여 홀로 연휴를 보내는 사람들 모두가 자신만의 특별한 홀리데이를 보냈으면 좋겠다. 나는 밀린 이력서 업데이트와 2023 goal setting을 해야겠다! 2023년에는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Merry Christm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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