롸이팅을 잘하고 싶다면 한국어로 글쓰기도 잘해야겠지
나는 영어를 잘하고 싶다. 영어에 대해서 욕심이 생겼던 것은 중학생 때부터였다. 학생 때 보기 시작했던 미국 드라마들은 나에게 언제나 자극을 주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한국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가면 새로운 세상이 있을 것이라고 느꼈다. 나는 ‘프렌즈’라는 미국 티비쇼를 즐겨봤었다. 20대 캐릭터들의 성장 이야기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모든 주인공들은 각자의 결함이 있었지만 그를 능가하는 매력이 있었다. 나는 캐릭터들의 개성에 몰입하면서 그들이 머무는 공간에도 사로잡혔었다. ‘아마 북미를 가면 저런 자유로움을 나도 느낄 수 있겠지.’ 하면서 막연하게 계속 북미 쪽으로 가고 싶었다. 우주의 기운이 나에게로 왔었을까? 지금은 운이 좋게도 캐나다에서 살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영어가 자신 있었다. 업무 하는데 지장이 없었고 영어 콘텐츠 속 영어 대화를 이해할 때 내가 영어를 잘하는 줄 착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캐나다로 와서 상황이 많이 변했다. 한국에서 영어를 할 때와 모국어가 영어인 나라에서 영어를 할 때의 나는 다른 모습이었다. 솔직히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Sorry? (뭐라고?)” 사람들이 되물을 때마다 “왜 내 발음을 이해를 못 하지? 표현이 잘못되었나?”라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나는 여기서 ‘영어’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을 거듭한 결과 나는 영어가 부족한 것도 있지만 한국어 언어 습관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동차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네 바퀴가 모두 튼튼하게 굴러가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언어의 바퀴에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가 있다. 나의 영어 자동차는 ’읽기‘와 ’듣기‘ 바퀴만 굴러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나는 한국어로도 말하기와 쓰기를 즐기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말하기와 쓰기를 공부해야지.
막막하지는 않았다. 글은 쓰면 된다. 하지만 매번 ‘글을 써야겠다.’는 원대한 목표만 세우고 실천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리추얼을 시작했다. 밑미 커뮤니티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면 시작이라도 하겠지’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내가 참여한 리추얼은 매일 일기를 작성하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었다. 흘려보내는 하루를 밤마다 글로 정리하고 그 글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었다. 리추얼을 시작한 지 이제 3주가 지났다. 그리고 나는 3주간 썼던 일기와 에세이를 읽으면서 글쓰기를 통해 느낀 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 나에게 글쓰기는 goal setting이 아니라 fear setting이었다. 불안감이 정리되는 경험이었다. 캐나다로 오고 나서 나는 급격히 변한 환경에 내심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안은 정리되지 않았다. 감정에 압도되면 혼란스러움 속에서 목표가 희미해진다. 하지만 내가 캐나다로 올 때의 목표는 명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는 내가 불안감을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일기를 확인해보니 글 속에서 나는 걱정 머신이 따로 없었다. 이것도 걱정, 저것도 걱정. 하지만 그 걱정들을 글자로 옮기고 정리하니 열 손가락 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걱정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걱정들이었다. 결국 이런 식으로 글을 쓰다 보면 상상 속에 있던 나의 두려움이 구체화되고 그 불안감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불안은 기록으로 정리가 되고 글쓰기는 내 마음을 관리해주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함께 글을 쓰고 읽으며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았다. 나는 언제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즐긴다. 새로운 사람들이 주는 에너지는 너무 좋다. 그들의 삶을 이해하게 될 때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낯선 사람과 대화하면서 나는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고 내가 그 일상을 함께하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낀다. 그리고 바쁜 시간을 쪼개어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의 댓글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 평생의 꿈이다. 이제는 말하기와 쓰기도 잘하고 싶다. 이 능력을 키워서 지금보다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글쓰기가 취미가 될 것 같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재밌게 글쓰기를 할 수 있어서 재밌다. 그냥 좋다. 영어로도 한국어로도 내 말을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