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 Bori Nov 23. 2022

글을 쓰며 나 관찰하기

[리추얼 후기] 밑미와 함께 3주간 글을 쓰며 얻은 것들

글쓴이 : 쥰리 




지난 6월 퇴사를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물론 좋은 순간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원하는 방향성이 생겼다는 점이고 내가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부분에 대해 인지하였다는 점이다. 


어디 믿는 구석이 있어서 퇴사를 한 것은 아니었다. 쉴 시간 없이 일을 해온 나에게 잠시나마 휴식기간을 주며 나를 돌아보고 싶었다. 퇴사 직전 나는 매우 불행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내가 왜 지쳤고 어떤 미래를 그려나가고 싶은지 스스로 되묻고 싶었다.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은 우물 밖의 세상을 보는 것! 나가서 깨지고 어떤 고난을 겪더라도 스스로 이겨내 보고 싶었다.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하고 싶었다. 


처음 한달은 좋았다. 가고싶었던 여행도 가고 본가에 내려가서 푹 쉬면서, 생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얼른 이직을 해야한다는 강박이 나를 괴롭혔다. 쉬는데도 이상하게 불안하고, 통장에 잔고가 넉넉하게 있는데도 미래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생각에 소비를 거의 하지않았다. 


이 불안감을 해결하기 위해 생활루틴을 정하여 규칙적으로 생활했다. 꾸준히 서칭하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자소서를 쓰며 매일 체크리스트를 지워나가는 것이 지치지 않고 이 시기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직에 초점이 맞춰져서 일 외의 내 이야기를 듣는 것은 뒷전이었다. 


어느날 회사를 다니면서 글쓰기 고민을 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는데 전문적인 강의를 들어야할지, 어떻게 시작을 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와 더불어 이직을 준비하는 것 말고도 사이드 프로젝트로 해볼만한 것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패스트 캠퍼스나 각종 강연들을 검색하던 와중 ‘밑미’가 떠올랐다. 사실 8월달 이었나, 한번 밑미의 프로그램들을 구경하다가 신청 시기를 놓쳐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이 났다. 


정말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상담, 런닝, 글쓰기 등등.. 또 글쓰기는 종류도 다양했다. 프로그램 하나하나 다 눌러서 소개글을 한참동안 읽었다. SNS에서 인지도가 있는 분들도 계시고,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었다.  정확히 기억나는 것은, 보리님의 리추얼 소개페이지를 보고나서 였다. 보리님이 글을 쓰게 되신 계기, ‘일을 잘하고 싶어서’라는 구절에 공감하며, ‘글쓰기를 피해 도망다녔다’ ‘진짜 나를 만나고싶다’ 등 지난 날의 나의 모습이 떠올라 심장이 두근! 하는 느낌이 들었다. 독립서적을 출판할 정도로 글을 꾸준히 그리고 많이 쓰셨다는 소개글을 보고 ‘나도 해볼래!’ 하는 생각이 들어 냅다 신청을 했다. 


처음 줌 미팅날.


여행을 다녀온 후 매우 피곤하였지만 꼭 시작하는 자리는 참석하고 싶었다. 


밑미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나에겐 엄청난 행사였기 때문에, 어떻게보면 줌미팅은 나에게 거국적인 스타트라인과 같은 의미였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자체가 오랜만이었는데, 보리님의 팬분들도 계셨고 나와 같이 처음 신청하신분들도 계셨다. 신기했던 점은 신청하신 분들의 계기들에 모두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는 점. 다들 비슷한 고민하며 사는구나. 처음에는 내 글을 보여준다는 것이 민망했기 때문에 글만 호다닥 올리고 튀었다. (ㅋㅋ)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쓴 글에 달린 따스한 댓글들을 보고 다른분들의 글들을 읽으면서 점차 내가 가졌던 경계의 창이 사라졌다. 


#글을 쓸 수 있는 용기


사실 글을 쓰기 어려워했다는 점도 누군가에게 처음 말해보는 것이었다. 트라우마처럼 자리잡힌 글쓰기애 대한 두려움은 늘 나의 치부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혼자 꽁꽁 감춰뒀었다. 아직도 에세이는 어떻게 써야하는 건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지만, 글쓰는 행위 자체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단순히 글쓰기 동호회(?) 같은 개념으로도 누군가는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일상을 바꿔줄 수 있는 한 달이었다. 이전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경험! 올해에 가장 잘 한 일 중 하나다. 


#나 원래 이랬던 사람이었지!


아마 우리 메이트분들은 F가 월등히 많을거야. 라는 생각을 속으로 하며, 감수성 넘치는 표현들에 감탄을 하기도 했다. 나도 원래 소소한 것에 감동을 느끼고 사색하였는데.. 요 몇년간 내가 너무 주어진 현실안에서의 고민만 하면서, 정작 하고싶었던 생각과 표현들을 억누르고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리추얼 마지막 날 보리님께서 그동안의 일기를 읽어보라고 하셨을 때, 나의 새로운 모습을 또 확인했다. 나는 이렇게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구나. 무던한 줄 알았는데 글에 그대로 감정이 뭍어나올 정도의 예민함을 갖춘 사람이었구나.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긍정에너지


가장 좋았던 부분은 메이트분들이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의 일상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점.  때로는 자신이 읽고 좋았던 글을 공유하기도 하고, 개인적인 소식들을 전하며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에 정말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했다. 자신없이 올렸던 에세이 글에 달린 메이트 분들의 응원댓글들과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늘 곁에 함께 해주시는 보리님의 댓글. 10월 마지막날 작성했던 에세이에 달린 시선님의 댓글을 보고 새로운 영감이 떠올라서 리추얼을 쉬는동안 글을 추가로 작성해보기도 했다. 밑미를 시작하고 나서 내 일상에 활력이 돋기 시작했다. 


최근에 봤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엣 원스’라는 영화를 보고 느꼈던 것과 유사한 맥락인데 나그네의 겉옷을 벗게 만든 것은 차가운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살이었음을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리추얼을 하면서 다시금 느꼈다. 


#매일 관찰하는 나


나를 돌아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 어떻게보면 나야 말로 매일 지켜보며 애정을 가지고 찬찬히 살펴봐야 하나 둘씩 알아갈 수 있는 대상인 것 같다. 이번리추얼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쓰며 나를 관찰해볼 예정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계속 귀기울여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