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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린 Mar 03. 2022

터미널에서의 9개월

영화를 보다

2020 어느  엄마와 함께 봤던 영화, 터미널 ‘(The Terminal)’.  영화를  순간을 기점으로  최애 영화가 바뀌었다. 아래는  당시 영화를 보자마자 울면서 끄적거렸던 글이다. 맞춤법과 같은 최소한의 수정만  원본 그대로의 글이다. 급하게 마음이 가는 대로 생각이 나는 대로 썼던 글이라 글의 흐름이 부드럽지 않은 점은 이해 바란다.




신기한 영화다.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은 영화인데 내 마음을 가슴 깊은 데에서부터 울리고 떨리게 한다. 지금 이 생각을 정리하는 이 순간에도 가슴을 뛰게 만든다.


빅터 나보르스키. 가슴이 따뜻한 자라고 표현하기엔 너무 부족하다.


매우 인간적이며, 여유 있고, 사랑할 줄 알며, 기다릴 줄 알고, 타협하지 않으며 좌절하지 않고 이기적이지 않으며 자신을 가꿀 줄 아는. 한 사람의 모습 속에, 행동과 말 한마디 한마디에 흘러나오는 그 향기가 참 아름답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 오랜 기다림 끝에 나를 위해서가 아닌 아버지를 위해서 그 사인을 받았을 땐, 그리고 그제야 집에 돌아갈 땐, 어찌나 그 모습이 아름답던지.


그는 욕심도, 바라는 것도 없이 오직 아버지의 약속을 위해 터미널(terminal)에서의 9개월을 보냈다. 빅터가 터미널에서 사는 9개월 동안의 삶을 통해 우리가 사는 인생을 비추어본다.


살기 위해 돈을 벌기도, 일을 하기도 하고, 그 안에서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만나고, 상처도, 기쁨도 경험하고, 희생, 헌신도 경험한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내가 기다리고 바라던 소망을 이룬다. 이 영화가 더욱 아름다웠던 것은 그 소망이 나의 소망이 아니라 아버지의 소망이었다는 것.


이러한 “순수함”은 바보 같음이 아니다. “순수함”은 지혜롭고 온유하며, 기다리고 강하고 힘이 있다. “순수함”은 세상의 법과 질서를 이기고 사랑과 축복을 얻는다. “순수함”은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누군가의 마음을 울린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이 떠오른다.  


사람들과 같이 삶을 공유하고 희로애락을 느끼고, 나의 유익과 욕심 없이 살아가며 그 공간을 따뜻하게 만들고, 결국 모든 사람의 찬양을 받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는 결국 아버지의 약속을 이루기 위해 그 오랜 기다림 끝에 약속을 지키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


그가 이 땅에 잠시 머물던 그 시간이 터미널에서의 9개월이 아니었을까.




Movie Info:

The Terminal (2004)

Produced by Steven Spielberg

with Tom Hanks, Catherine Zeta-Jones, Stanley T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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