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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Nov 22. 2023

[일상의 마음] 어떤 단단한 축제5

분노와 짜증 그리고 비뚤어진 충동




서둘러 첫 문장을 쓸 수 없는 적적한 저녁이다. 마음을 차곡차곡 정리하지 않으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불안감에 무거운 다리를 끌어 책상으로 향했다. 오늘은 나의 그림자가 유독 나를 안고 놔주질 않는 하루였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직업. 없으면 질서가 무너질지도 모르는, 누군가가 다칠지도 모르는, 조금은 불편할지도 모르는 ‘만약’과 ‘편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이들은 겁이 많다. 나 또한 때론 지독한 두려움에 발목 잡혀 단숨에 일을 끝내지 못한다. 도움을 청해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의 사람이 아주 잠깐 귀를 열어주는 정도다. 그렇게 겁쟁이들은 귀를 열고 또 닫고, 입을 열고 또 닫는 날들을 반복해 사회를 유지한다. 그러다 보면 이따금 겁에 질린 투덜이와 갑자기 용기를 낸 울보가 첨예한 대립을 한다. 일보단 감정에 비중을 두고 끝없이 방패만 휘두르는 볼썽사나운 싸움을 계속한다. 이 싸움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이 지쳐 나가떨어진 후에야 모든 갈등이 아주 잠깐 소강한다.


굳이 먼저 나서지 않아도 되는 일감을 가져온 상사는 끝없이 미안하단 말만 반복하며 나의 눈치를 봤다. 물은 엎질러졌고,   발은 이미 쏟아진 물의 한복판에 서있었다. 우습게도 어깨를  늘어뜨린  일감을 처리하려는 나의 준비자세가  촌스러웠다. 예전만큼 울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다. 다만 속이 갑갑하고  손이 차갑고 눈이 건조했다. 비가 오기 전에 이곳저곳을 점검해야 하는데 소문과 시선과 그리고 말들이 나를 잠식한다. 그러다 보니 기어코 아슬아슬하게 힘을 주어 참고 있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불평을 했고, 누군가를 억측했고, 그러다 보니 부정의 말들과 떠도는 이야기를 조각조각 모아 토해버렸다. 하여 타인과 자신에게 받은 상처에 허덕이며 하루를 반성한다.


1. 내일은 조금 더 유해질 것.

2. 내일은 조금 더 내 자신을 사랑할 것.

3. 내일은 조금 더 타인을 관망할 것.

4. 내일은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고요히 하루를 마칠 것.

5. 내일은 조금 더 사랑하는 이를 사랑할 것.


‘나’를 잃지 않고 덤덤하게 내일의 나도 안아줘야지. 충동질을 하는 모든 상황들을 훌훌 가벼이 털고 어른같은 아이가 되어 행복해야지. 있는 힘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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