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에 통과하고 나면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라이킷과 구독의 생리도 낯선데시작하자마자 새로운 시스템 '응원하기'를 한다. 물론 나하곤 상관없는 일이다. 아니다, 상관있네. 선정된 분을 응원하고 싶으면 할 수 있구나.
난 소심해서 애독하는 글의 작가님들을 '응원 작가', '아닌 작가'로 나누기한다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또 ₩ 표식이 브런치글 밑에 떠 있으니 첫눈에 가격표 같이 느껴져서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 응원의 마음이란 것을 한 번 더 각성해야 그 의미대로 온다. 적나라한 저 표식은 그래서 응원받는 작가에게만 보이게 하는 건 어떨까마는. 직장에서 하는 상호 부조도 생각났
브런치 작가 한 달 일기를 써 보려고 했는데 '응원하기'에 집중이 되었다. 요즘 핫해서인 것 같다. 나는 아직 작가보다 독자 입장이 더 익숙하긴 하다. 가입은 진즉에 했으나 얼마 전부터 좋아하는 작가님의 글을 읽으려고 들어오기 시작했으니. 실로 브런치를 하게 된 기간은 브런치 작가가 되고부터라 단지 한 달이다.
브런치는 정성 들여 쓴 다양한 분야와 감성을 만나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 구독하고 싶은 분이 엄청 많지만 내가 다 감당할 수 없어 멈춘다. 일단 열심히 읽고 있다. 이렇게 읽다 보니 많은 분들의 목표가 출간이다. 그런데 나는 아니다. 나도 가치 있는 글을 생산하게 되는 때가와서 그러면 좋겠지만 뭐든지 무르익으면 열매는 맺히는데 그렇게 글이 무르익을지 오늘 같은 태풍에 떨어질는지 그것은 모른다. 주로 이리 생각하고 사는 편이라 매사 좀 심드렁하다. 극심한 번아웃을 겪고 더 그렇게 되었다. 내가 좋을 만큼만 하고 되어가는 대로 산다. 되면 되어서 좋고 안 되면 안 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더더욱 책도 작가도 내 일이 아닌 걸. 그래서 왜 브런치를 했는지 바보 같단 생각이 든다. 브런치를 너무 모르고 시작했다.
동안의 삶을 정리하고 싶었다. 현실적으로는 그간 쓴 글을 다듬어 갈무리하고 싶었다. 물론 글쓰기를 시작한 1년 간의 글이다.
30대에 들어섰을 때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이젠 함부로 소리 낼 수 없는 시간이 온 것 같아. 깊은 삶의 동굴로 들어오게 되어 조그마한 소리를 내어도 이곳이 우왕우왕 울릴 것 같아.'
라는 내용으로 기억된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가 답답했고 알지 않으면 한 발짝도 못 움직일 것 같다는 생각도 했는지 유독 그 이름을 가진 꽃이 떠오른다 하고 편지를 맺었다. '다알리아'. 물론 음차(音借)이지만서도. 인생이 자꾸 깊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겠다.
아끼는 브런치 작가님에게 쓴 댓글이 있다.
지금은 내가 생각한 바를 마무리할 때까지는 (브런치를) 해 보려 하고 있어요. 동안의 삶을 정리해야 할 것 같더군요. 이젠 인생에서 정말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초입이니까요. 그간을 잘 마무리하고 다음 순서로 넘어가고 싶더랍니다.
당면한 자신의 인생은 항상 '깊은'이구나. 이 단어가 잊고 있던 서른 무렵의 편지를 호출했다.'깊은'._삼십이든 오십이든 언제나 자기 앞의 생은 절박한 깃듦이리라. 글쓰기란 그 앞에서 매조짐을 하며 한 발 한 발 걸어 들어가게 하는 힘을 준다. 깊지만 무겁지 않을 수 있는 여력을 키워 주고 가벼웁되 얕지 않은 홀가분함도 쥐어 준다. 다가오는 날엔 더 나답게 살 수 있는 품위를 주는 것이다.
작가님은 글 쓰는 목적은 달라도 한 걸음씩 한 계단씩 내딛는 효과는 같다고, 나의 그런 과정에 동참할 수 있어 좋다시는 고마운 답을 주셨다.
브런치 하고 한 달.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제 양심에 위배되지 않도록 하며
그냥 쓰면 안 되나요."
그러면
네. 그냥 써요.
할 것 같은데도.
뚝심이다, 드러내는 쓰기란.
2023. 11월.
지금은 브런치 다섯 달이다.
저 때는 '크리에이터'니 '브런치 응원하기' 니 등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을 때고 더군다나 '작가 ' 혹은 '출간'과는 먼 나이기에 옴매,기죽어.가 팍팍 느껴지는 글이구나. 그래서 발행 못하고 두었음에 틀림없다. 학교 다닐 때 성적이란 잘해도 못해도 늘 아픈 것 아니었나. 아마 그런 그늘에 대한 기시감으로 머뭇거린 게지.
지금은 드디어 그냥 쓴다, 내가 쓰고 싶으면 쓴다. 그리고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아 졌다. 하. 나도 뚝심이 좀 붙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