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작은 역시 반려견의 이야기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 해 봤자 애초부터 반려견이 머리에 가득합니다.

by godlieve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크게 기뻤다. 내가 쓴 글로 누군가에게 [괜찮다] 평가를 받은게 굉장히 오랫만이다.

막상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고 보니

"이거 그냥 아무나 다 가능한건가?", "경쟁율은 얼마나 되지?"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검색해보려다가 말았다. 왠지 낮은 경쟁율이라면 기쁜 마음이 반감될 것 같고 높은 경쟁율이였다면 무언가를 너무 열심히 써야 될 것 같은 부담감에 사로 잡힐 것 같았다.

그래서 검색을 그만두고..아니 살짝 해보긴 했지만 그 정도 선에서 나를 막아서고..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그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이건 뭐지..?

그냥 막 끄적거린 후에 서랍에 넣어두는 것과는 다른 기분인가보다.

아무것도 못했지만 기분은 여전히 좋다. 부담감을 버리기 위해 그냥 서랍에 있는 글을 하나씩 발행해 보려한다.

지금 발행하는 글은 지금으로부터 2년도 더 전에 일기처럼 써 놓고 서랍에 저장해 둔 글이다.

약간의 감수 정도만 한 후 최대한 날 것으로 올릴 생각이다.

그 때의 나는 거취가 변하고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나도 천천히 시간을 들여 정독해보고 그것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건 나쁜 글이라고 생각되건 그냥 발행할 생각이다.

강아지 사진은 너무 귀엽다.


----- 여기 부터 2년전에 써 놓은 글 -----


어떤말로 시작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기억은 흐려지지고 각색되지만 기록은 그대로 남아

그 때의 의도와 생각들로 편집되어도

훗날 다시 열어보게 될 때는 편집된 그대로

존재하여 읽혀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생각들이 많이 있지만

지금 나로서는 반려견과의 생활이

가장 변하지 않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감정이다.

그래서 블랑이 (우리 강아지 이름) 이야기로

이 무언가를 시작해 본다.


함께 생활한지는 2년 6개월 정도?

이 녀석들 중 한마리가

지금 나와 살고 있는 블랑 (Blanc) 다.


아내는 이미 결혼전부터

고양이 두마리를 키우고 있었드랬다.


결혼생활 몇년차에 들어서면서

개도 함께 키우고 싶다고 몇번 논의를 했었고

논의 끝에 고양이와 함께 잘 지낼 수 있는 강아지를 입양하자는 합의에 도달했으나


품종을 선택하게 되면 애견샵에서 "구매"를

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여서

도저히 실행에 옮기고 있지는 못하고 있던 와중

SNS를 통해 “정읍의 어느 요양소 (?)"에서

골든 &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함께 키우는데

두 품종의 믹스견으로 새끼가 너무 많이 나와 처치 곤란이라는 피드를 접하게 된다.


우리는 그 피드를 보고 주말에 정읍으로

바로 달려 내려가 블랑이를 만났다.

첫인상은 단지.."크고 귀엽다"..정도..

사실 3개월 된 대형견을 만나 본적이 없어서

걱정을 하긴 했지만

집에 있는 고양이보다만 작으면

(고양이들도 10KG에 육박하니...)

고민없이 데려올 생각이였다.


근데 이미 그때 16키로 였으니

샵에서 흔히 보는 손바닥만한 꼬물이를

생각했던 와이프...

나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내심 그래도 어느정도는 작기를 바랬기 때문에...크기에 고민할 수준이였다.

고양님들의 행복도 중요하니...


짧은 순간동안 만감이 교차했고

많은 생각을 동시에 했지만

선택은 우리 몫이 아니였다.


요양원의 작은 부엌같은 곳에서

함께 생활하던 10여마리의 강아지들을 보며

고민을 거듭하던 그 때

요양원 담당자가 잔듸밭으로 향하는 문을 열자마자

대부분의 강아지들은

밖으로 뛰쳐나가 놀기 시작했는데 무리들 중

"가장 크고 생각없이 행복해 보이는 녀석"이

아내의 어깨(?) 다리(?)에 머리를 척!! 기대었던것!

그 때 우리는 고민 없이 선택했다...

아니...선택 당했다고 봐야지..

그 길로 집에 오는 차에 그때는 무엇이였던

"블랑"이를 태우고 함께 집으로 돌아 왔다


돌아오는길에 용품점에 들려 이것저것 사기도 하고

이름을 지어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행복할 미래를 꿈꾸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고양이와 잘 지낼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기도 하면서...여튼 설레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 왔었다.


아무래도 서울에서 정읍까지는 거리가 꽤 있는 편이라

집까지 약 4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차를 처음 타 본 블랑이는 토를 3번이나 해서

아내의 옷을 다 망치고

차시트를 다 망쳐놨던 기억도 난다.


(지금은 36kg의 아주 크고 건강한 녀석으로 행복하게 자라고 있다)


이 아이를 데려오기 전의 고민이 무색할 만큼

이 녀석은 아주 잘 자라주고 있다.

골든 & 래브라도의 믹스견이긴 하지만 여하튼 믹스견인 탓에 성격도 사회성도

어느 것 하나 보장할 수 없었지만

세간에 알려진 “천사견” 까지는 아니더라도

매 순간 행복과 사랑을 끊임없이 주고 받는 관계로..존재로..그렇게..


아내와 나는 종종 결혼해서 제일 잘한일을 카운팅 하곤 한다.

거기서 역시 best 1 은 항상 “블랑이를 데려온 일”로 꼽힌다.

내가 선택한 일에 힘들다, 어쩐다 불평할 생각은 없지만..

생명체를 키우는 것..

특히 그것이 대형견을 키우는 일이라면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매우 어려운 일에 속한다.

그래도 이 삶을 한번도 후회하지 않는 건

블랑이와 함께 산책하고, 놀고, 가만히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보면

적어도 매일 한번씩은 사랑에 빠지기 때문이다.


살면서 어떤 존재도 주지 못했던

매일 사랑에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일이라서

나는 진심으로 이 녀석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신기하게도 2년 6개월 전의 오래된 일이라면

내가 겪어왔던 다른 어떤일도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신기하게도 블랑이를 만나고 데려오기 시작한 순간은 모든 순간이 하나하나 기억난다.

그렇게 시작했던 블랑이와의 삶은

지금에 와서는 일상에서 발하는 하나의 빛으로 자리 잡아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혹은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 내보기 위해서

없는 시간에 변덕처럼 이 일기 비슷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지금의 이 시작은 몇달 후..몇년 후..무엇이 되어 있을까?

이 글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오면 왠지 부끄러울까?

또 몇년 몇개월 자라난 내가 보기에는 유치할까?


몰라요..그때 다시 읽어봅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분 나쁜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