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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에 관한 이야기

김영하의 에세이를 보고 같은 주제로 나도 써봄 version 1.

by godlieve

생일은 서운한 날이였다.

어렸을 때 어느 누군가는 자기 생일 이라면서 파티를 했고, 선물을 무얼 받았다 자랑을 했지만 우리집은 딱히 누구의 생일이든 기억하거나 같이 모여서 식사를 하거나 하는 문화는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저 그런 하루 중 하나 였을 뿐이다.

초등학교 3, 4학년 즈음부터 친구들이 본격적으로 생일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하고 싶다던지 무엇을 먹고 싶다던지 하는 이야기들이 들릴수록 나도 생일에 대해 기대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생일파티를 열어 다른 친구를 초대해 맛있는 걸 먹고 선물 증정식을 하는 등의 행위를 몇차례 보면서 나도 생각으로는 내 생일때도 이렇게 하고 싶다 또는 이런걸 해보고 싶다와 같은 종류의 것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적절치 않았다.

여러방면에서 정말 적절치 않았다. 먼저 가정형편이 넉넉치 않아서? 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또 그렇지만은 않다. 막내아들이 생일파티를 한번 하고 싶다는데 그것이 사치일정도로 가난한 집은 그렇게까지 많지 않다.

그러나 넉넉치 않은 것은 형편 뿐만 아니라 형편이 가져온 마음의 여유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집은 생일 파티를 할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있는 가정은 아니였던 것은 맞다.

이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내 생일이 2월 말이다. 보통은 봄방학의 마지막 기간이고 통신수단이 집전화 하나 뿐이던 그 시절에 방학기간 동안 친구들과의 만남은 미리 약속하고 계획한 이벤트가 아닌 이상 그렇게 많지 않았다. 나의 경우는 그랬다.

무언가 이벤트를 벌이고 싶어도 딱히 방법이 없었던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나에게 생일은 서운한 날이였는데 점점 나이가 들어 이성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고 주변에 여자친구들도 하나씩 늘어가기 시작할 때 쯤 그 친구들이 내 생일이라고 선물을 주고 축하한다고 말해줬다.

사준기 이전에도 남자친구들은 주위에 제법 있는 편이였지만 한번도 벌어진적 없었던 사태에 적잖이 당황하고 쑥쓰러웠다. 그리고 교회에서는 노래도 불러줬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하고는..

의아했다.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어서 실제로 몇번이나 고민했다. 내 생각에 내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면 이렇게 살고 있어서는 안됐었나보다.

같은 주제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는 몇년전까지만 해도 동일한 고민을 많은 사람에게 적용시켜 보고 했었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왜 저렇게 살고 있지? "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자녀를 둔 사람이 왜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에게 왜 저렇게 하고 있지?"

이런 생각들..??

성숙한 생각을 할수 있다 말할수 있게 된 시점이 지나고서야 깨닳은 바가 있다.

저 노래는 틀렸다.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한 것일 뿐이다. 혹은 그렇게 되어라 라고 다그치는 것일 뿐이다.

계속해서 적지는 않겠지만 저 노래의 전곡을 다 들어보고 가사를 통찰해 본다면 세상의 한사람 한사람은 지나치게 소중한 존재이고 빛나는 사람이여야만 적용 가능하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어떤 존재를 만나 그 사람을 위해 작사한 것이라면 그것은 맞을지도 모르지만 생일을 맞은 "아무나"한테 불러준다면 그것은 틀렸다.

너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라고 말해주는 것은 미덕이기도하고 나한테는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그럴지도 모르니까 그냥 행사처럼 불러주는 것 정도라면 이해가 간다.


아무튼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보면 나의 생일은 서운한 생일에서 쑥스러운 생일로 바뀌였다.

그리고 그 후로 이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나는 생일이 쑥스럽다.

몇번의 연애를 거치면서 그녀들이 나에게 해준 생일파티는 계속해서 쑥쓰럽기 그지 없었고 가족이 둘러 앉아 생일만찬을 처음 해 본 결혼후의 생일도 쑥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싫지 않다. 물론 결혼전의 생일파티는 싫었다. 어떤 표정을 해야할 지 고맙다는 인사를 어느 정도 톤으로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는 시간도 싫었고 실제 그것을 내 뱉고 나서 만족할만 리액션이였는지를 고민하는 것도 싫었다. 그런데 결혼 후에 가족이 둘러 앉아 생일 만찬을 하는 것은 좋다.

아내의 가정에서는 그런 것이 당연한 듯 서로의 생일에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곤 했고 가족의 일원이 된 나에게도 당연하다는 듯 그런 일이 벌어졌다. 괜찮은 기분이였고 나의 생일로 인해 가족이 모여서 한마디 더 나누고 한잔 더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벌어진다는 사실이 더 기분 좋게 만들어 줬다.

서운함에서 시작된 나의 생일은 마흔번 정도를 거치면서 쑥스러움에서 좋은 것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사람은 누구나 발전하듯이 생일도 발전하나부다.


생일에 대해 최근에 하고 있는 또 다른 생각하나는 얼마전에 정부에서 발표한 출산율 대책 중에 여자아이들의 초등학교 입학시기를 앞당겨 동 학년 남자 아이들보다 낮은 수준으로 만들어 결혼을 시킨다 라는 정책이 있었다. 이 정책에 대한 논의는 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자세히 이야기 하지 않겟지만 나는 빠른 생일의 입학자로서 정책의 본질에 대한 부분보다 한가지 더 생각하게 됐다.

빠른 년생의 아이는 동학년 친구들보다 성숙도나 지능이 떨어지게 된다? 는 부분인데 나는 심지어 빠른 생일도 아니고 일년 늦게 입학해야 될 아이인데 부모가 국가를 상대로 나의 출생일자를 사기침으로 인해 생일도 바뀌고 일년이나 일찍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럼 친구들보다 성숙도나 지능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경쟁을 시작한 것인가? 하는 억울함이 들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이전까지 또래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학업성취도를 판단해 봤을때 부모의 실수와 무지를 나의 지능으로 극복해냈다고 생각했다. 잠깐 억울해했지만 사실 일년 더 학교에 늦게 들어갔다고 해서 학업에 대한 나의 태도가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결국 공부를 열심히 안해 좋은 성적은 내지 못했던 것은 부모의 잘못이 아니고 나의 잘못이긴 하다.

그럼 부모는 국가를 상대로 사기치면서까지 나를 왜 학교에 일찍 보냈을까?

이건 의외로 조금만 생각해도 답을 알 수 있었다. 일년 더 학교에 일찍 보내면 일년이나 무료로 하루에 몇시간씩 국가가 아이를 도맡아주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이것은 큰 메리트였을 것이고 아빠에게 무료는 큰 메리트 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 시절에 그렇게 출생신고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주변에서 부추기지 않았을까?


조금만 생각해봐도 나의 아이가 일년이나 지능 혹은 성장이 빠른 친구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에서 오는 불리함은 누구나 다 알수 있다. 성인이 되고 나서 한살은 거의 차이가 없다고 바라보지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일년은 매우 큰 차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차이를 몰라서? 못배워서? 라고 변명하는 것은 그 잘못을 반성하려는 것조차 진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시간만 생각하면 학교를 일년 일찍 들어가는 것에서 오는 위험성은 알수 있게 된다. 근데 그걸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서 라고 변명하는 것은 성의조차 없다.

머 그렇다고 부모를 비난하자는 것은 아니고 지난간 입학시기를 아쉬워해봤자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나의 경우는 생각하고 결정했으면 한다.

사람들이 다 이렇게 하는 편이 좋다고 해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해도, 좀 더 생각하고 고민하여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였으면 한다. 모든 장점에는 반드시 숨어있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장점을 선택하더라도 선택의 순간에 작았던 그 단점이 점점 커지는 결과에 당면했을 때 나에게 변명할 수 있는 고민의 흔적은 가지고 있자. 하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장단이 공존하는 많은 의사결정중에 단점이 더 크지만 크리티걸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장점을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 결정을 후회하기도 하고 어떤때는 극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빛나는 결말에 도달했을 때 그 빛남이 우연히 얻은 결말이 아니고 그 빛에 도달하기 위한 나의 노력이였으면..그리고 실패한 결말에 도달 했을 때 실패까지 도달하는 수많은 과정중에 납득할 만한 저항에 빛을 볼 수 있는 사람이였으면..한다.


사십 몇년 전 나의 생일은 이런 사람을 탄생시켰다. 매년 돌아오는 그 날은 서운했고 쑥스러웠으며 점점 좋아지고 있다. 50번째 그날이 지나고 난뒤에는 나도 내 생일이 완벽하게 좋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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