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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게으른 인간이라니..

이거 브런치 한번 들어와 봤다가 움찔..

by godlieve

여려모로 몸이 아프다. 다리가 뿌러졌고 거의 회복이 되어갈 때 즈음 심하게 감기에 걸렸다.

지금 한참 감기에 걸려 있는 중이다.

근 두달 가까이 거의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이제 겨우 조금씩 움직일 수 있는 여력이 생겨서 하나씩 하나씩 일상을 재정비하는 중에 있다.


이 브런치도 그 하나의 컨텐츠로 오랫만에 접속해서 내가 쓴 글들을 읽어봤다. 아니 읽어보려했다. 아..읽어보기도 했다. ㅋ

충격먹은 사건이 있다.

읽어보려 했던 내 브런치의 글이 이글을 작성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다섯개다.

다섯개다. 고작 다섯개. 겨우 다섯개. 에게~~다섯개.

초기에 브런치를 써봐야지 했던 때의 다짐이 생각난다. 딱 열개정도 서랍에 써놓고 작가 신청을 해야지.

길고 깊지 않더라도 일주일에 한개씩은 적어서 그 해의 연말이나 그 다음해의 연초에는 작가신청을 해 봐야지. 그리고 나서 작가가 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보게 될테고 너무 좋은 글이라고 입소문을 타고 타서 유명 작가가 되면 어떻하지?

지금하고 있는 일도 바쁘고 힘든데 작가까지 되면 나는 정말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겠지?

나의 취미 생활도 즐기지 못하고 매일매일 일과 글쓰기에 치여서 피폐해진 삶을 살다가 일상에 지쳐서 모든것이 지겹다는 듯 홀연히 은퇴를 선언하고 시골에 쳐박혀서 배부른 돼지의 삶을 살아야지...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진심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근데 그게 벌써 이년 전이다.

하하...이년전이다..하하하하


이년동안 다섯개 썼다. 아니 누가 한번 해 보렴~ 한것도 아니고 지가 어느날 혼자서 마음속에 너무 큰 열정이 있다며 그것을 밖으로 꺼낼만한 액션을 취해보자며 지가 찾고 지가 선택하고 지가 다짐하고 지가 시작하더니 아무것도 안했다.


아아~~너무 너무 게을러~ 너무 지나치게 게을러~ 할일이 너무 많아서 아무것도 안해~


요즘에는 그런 말이 꽤나 대중적이 됐다. "게으른 완벽주의자" 라나?

처음에 들었을 때 나는 그것이 완벽하게 나를 지칭하는 소리인줄 알았다. 근데 조금 더 그 말에 대해서 알고보니 나랑은 좀 달랐다. 나는 머랄까..게으른 자아도취 중독자?

무슨 말인고하니 나는 모든 순간을 고민과 압박 속에 살고 있다.

대학때는 과제해야 해 공부해야 해 생각만 하면서 아무런 행동도 안한다. 근데 머리로는 계속 공부한다. 수업 때 들었던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내가 쓸 과제에 대해 구상하고 정리한다. 머리로는 계속한다. 근데 실제로는 아무것도 안한다.

그리고 나서 과제 제출 하루전? 시험 하루 전? 그 때 시작한다. 그리고 시작하면 진짜 미친듯이 한다. 신들린 듯이 공부하고 과제를 쓴다.

놀라운 건 결과가 좋다. 시험도 잘 봤고 하루전에 작성한 과제는 전국대회로 출품되어 수상하기도 했다.

그래서 어 머랄까..? 이게 되네..? 를 경험하니 다음 시험에도 다음 과제에도 똑같다.

어쨌든 결과는 좋다. 결과가 좋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냐면 평소에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차피 머리속의 고민은 자의가 아니다. 계속 고민하는 건 패시브 이고 그 고민을 바탕으로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작업은 잠깐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게을러졌다.

이렇게 모든일을 해 왔다. 학업도 회사에서도 그렇게 승승장구 해 왔다. 그래서 잘 됐다. 어렵지 않았다. 불편함은 스트레스 뿐이였다. 나는 즐거운 삶을 살았고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았다.

어디까지 먹힐 것인가? 아직까진 먹히고 있다.

이정도면 그냥 이렇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정기적으로 무엇을 하는 것에 대단히 취약하다. 충동적이고 영감적이고 의지가 약한 나는 그렇지 않은 것에 매우 취약하다. 그래서 밝을때는 게을르고 어두워지면 번잡하다.

"내일 뛰지 않으려면 오늘 가야지" 라는 노래가사가 있다. 좋은 노래지만 나는 내일 뛰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근데 오늘은 너무 웃기다. ㅋㅋ 겨우 다섯개라니. 자기가 좋아서 시작한 일을 이년동안 다섯개라니..진짜 웃긴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약간 무너지는 느낌이다. 이런식으로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수 없고 이년동안 겨우 다섯개의 글을 쓴 나도 내가 사랑하는 나다.

잘 될지 모르겠지만 이걸 계기로 약간의 규칙을 재정비해야 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할지 안할지 모르겠지만 또 이년 후에 시작할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런 다짐을 하게 된다.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 때 그럼 어떻게 살까? 하고 고민을 시작하는 것도 나를 만들어 온 원동력이다. 이번에는 좀 잘 해 보기를 바래본다.


웃긴 글을 쓰고 싶었는데 웃긴 글은 잘 안써진다.

웃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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