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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관통하는 메세지

혼자 있기 싫은걸까 아니면 눈에 띄게 혼자이고 싶은 걸까

by godlieve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은 Airbag - Tablo

너무너무 좋아하는 곡은 아니지만 발매 이후로 꾸준히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가 있는 넘버 중에 하나다.

"혼자 있기 싫은걸까 아니면 눈에 띄게 혼자이고 싶은걸까" 의 가사가 매우 치명적으로 내게 와닿아 있기 때문이다. 관종이자 내향형 인간인 나에게는 삶을 관통하는 메세지 같달까..


이렇듯 나에게는 머 이런 함축적으로 다수를 평가? 판단? 하게 되는 글귀들이 있다.

"권력은 공백을 허락치 않는다"

"권력으로 하는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

머 이런 류?

특히 권력으로 하는 행동을 보면 됨됨이를 알 수 있는 것은 거의 진리에 가깝다.


여기서 권력이라 함은 그 무슨 대단한 국가적인 권력이 아니고 소소한 관계에서도 반드시 발생하는 권력에 대한..주도권이라 생각하면 좀 더 편한가? 암튼 머 관계사이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주도권이라도..

그것을 손에 쥔 자의 의사결정, 태도, 행동을 보면 정말 그 사람의 됨됨이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회사에 왠 신입사원이 입사했는데 요즘 아이들 답지 않게 인사성도 밝고 주변에도 너무 잘하고 굳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젊은이가 들어왔다. 온갖 주변의 찬사를 받으며 훌륭히 사회 생활을 해 오던 그 아이는 어느덧 시간이 흘러 대리로 승진하게 되었고 그 아이의 밑에도 부하직원이 두어명 생기게 되었다.

여전히 나와 주변에 깍듯하고 예의바른 그 아이는 자신의 부하직원이 깍듯하지 않거나 예의바르지 않은 경우에는 쌍욕과 함께 뺨을 쳤다.

그 때부터 그 아이는 나에게는 신뢰를 잃었지만 그 모습을 모르거나 혹은 이미 관계와 감정이 굳어져 막역한 사이가 된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예의바르고 바른 청년이였다.

(이 쯤 되면 맞은 애들이 큰 잘못을 했겠지..큰 실수를 했겠지..하며 알아서 변호를 해주는 사람들이 생긴다.)


주변의 신임을 얻었던 그아이는 승승장구 하였고 시간이 흘러 승진을 거듭하여 어느덧 서열에서 우리 무리와 가까운 정도로 성장했다. 그때는 이미 밝고 예의바르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우리를 꼰대 틀딱 취급하며 노골적으로 자리를 노리며 객기를 부리는 멍청이만 남아 있을 뿐이였다.


이제는 깍듯이 대해야 할 윗사람보다 함부러 대할 수 있는 사람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은 위치에 도달한 그 아이는 조직원 대부분에게 지탄받는 미친놈이 되었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쓸쓸히 퇴사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 경우에 그 아이는 이른 승진이 독이 되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높은 사람 잘 보여야 할 사람에게는 누구나 잘 할 수 있다. 어른에게는 누구나 인사할 수 있다. (그 조차도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그 정도 수준의 사람은 논외로 하자) 돈 주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고개 숙일수 있다.

진정한 됨됨이는 그렇지 않아도 되는 사람..혹은 대상에게..어떻게 행동하는 가에 따라서 드러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권력으로 하는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

는 진리에 가깝다. 수많은 사람의 예를 직접 겪어본 바에 의하면 정말 그렇다.

심지어 반려견 모임에서 조차 권력을 가진 사람은 생기기 마련이고 그 됨됨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봉건적인 가족문화의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한 아이가 있다.

이 아이는 권위적인 아버지는 물론 이거니와 순종적인 어머니도 싫었다. 아버지의 기분 하나에 온 집안이 긴장하고 아버지의 웃음에 온 집안이 화목해지는 것조차 진절머리 나게 싫었던 그 아이는 어렸을 때 부터 이미 다짐한다.

"나는 절대로 저런 아버지가 되지 않아야지", "나의 아내는 절대로 저렇게 불쌍한 삶을 살게 하지 말아야지"

그리고 그는 10대 때부터 여자를 존중하는 마음 가짐을 배우고 페미니즘에 대한 책도 읽으면서 자신의 신념을 세워 나갔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결혼을 하게 된 아이는 아내에게 약속했다.

"난 널 절대로 불행하게 만들지 않을꺼야 집안일은 물론 시댁의 어떤 사람도 너의 삶을 훼방하지 않도록 할께" 라고 선언하고 실제로 절대로 불편해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그녀와의 가정을 꾸려 왔다.

그의 다짐은 성공했고 그 아이의 아내는 매우 행복했다.


달콤했던 신혼을 지나 5년차, 6년차가 되어간다. 집안의 권력구조는 아내가 차지하게 되었고 행복한 아내는 이제 그녀가 가진 권력은 당연한 것이 되었고 모든 것이 당연해진 무소불위의 권력을 집안에서 휘두르게 되었다. 화가나면 소리를 질렀고 즐거우면 웃었으며 귀찮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싫어서 절대로 그렇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던 그 아이는 실제로 그것을 공부하고 실행하는 훌륭한 사람이 되었지만 가부장같은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권력은 공백을 허락치 않는다."는 부부사이 같은 가장 사소한 영역에서 조차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가끔은 내가 하는 생각, 내가 쓰는 글들이 너무 비판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정말 그 동안 바빠서 글쓸 시간이 없었다는 제목으로 투정어린 말들을 유쾌하게 써내려갈 생각이였다. 브런치를 켜고 노래를 듣는 순간 자연 스럽게 그냥 이글이 써진 거다.

내 잘못이 아니다. 타블로가 잘못한거다.


나는 진짜 웃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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