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의 초입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아이들의 기록
안녕하세요.
해동성국의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고 있는 담임교사입니다.
깊어가는 늦가을, 아이들의 성장이 더욱 또렷하게 느껴지는 11월이었습니다.
11월, 아이들에게서 눈에 띄게 발견되는 두 가지 변화가 있습니다.
A. '나'를 넘어 '너'를 인식하는 성장의 시작
최근 아이들 사이에서 ‘진실게임’이 유행하며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이는 남녀의 다름을 인지하고, 내가 아닌 '너'를 또 하나의 객체로 인식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응원하지만 수요 없는 조언을 하나 하자면,
'진실게임에서 비밀은 없다'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B. 비판적 사고, '자유'를 향한 어설픈 고군분투
또 하나 크게 느끼는 점은, 아이들만의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말을 수용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주관’이 점차 또렷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왜요?”
“꼭 그래야 하나요?”
와 같은 질문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려는 자유를 꿈꾸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 시기는아직은 '나'에 초점을 맞춰 세상을 바라보기에,
자신의 생각은 확고하지만 그 행동이 타인에게 미칠 영향까지는 고려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친구·부모님·선생님과의 크고 작은 갈등도 잦습니다.
(사실 어른인 저조차 늘 어려운 일이죠.)
수업 중 ‘비판을 위한 비판’을 받을 때면 가끔 난감할 때도 있지만,
저 또한 그런 시기가 있었음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가정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실 학부모님들께 작게나마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사춘기라는 이름 아래 아이들은 자기 개성을 찾기 위해,
그리고 어설프지만 상대방을 바라보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고군분투하며 레벨업 중입니다.
때로는 날카로운 말로 서로 상처를 주더라도, 그 안에 담긴 사랑과 관심만은 놓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이번 달에는 학급회의를 특히 많이 열었습니다.
해동성국 곳곳에 쌓여 있던 불편함들을 ‘말하고 듣는 과정’을 통해 해결해보기 위함이었습니다.
2학기 국회의원 친구들은 정말 고생이 많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이들이 논의한 주요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급식 줄 서기 문제 해결: 1학기(번호순)에 비해 2학기(자율 규칙)에는 급식실까지 가는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서로 누가 밥을 먹느냐로 갈등이 있었기 때문인데, 회의를 통해 훨씬 나아졌습니다.
(2) 학급헌법 개정: 1학기엔 세 가지 원칙의 헌법만 있었다면, 2학기엔 구체적인 법률로 확장해 시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해석·공정성 논란이 생겼고, 이를 다시 개선 중입니다.
덕분에 의견 차이로 다투는 일도 있었지만,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는 능력은 더욱 좋아졌습니다.
민주주의는 때로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만든 규칙은 그만큼 더 정당하고 의미 있는 약속이 된다는 것을 이 기회에 배우기를 바랍니다.
바쁜 한 달이었지만, 아이들은 다음과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배움을 삶에 적용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1) 드라마 제작사 운영: 2편의 드라마 제작을 통해 협업과 창의성을 발휘했습니다.
(2) ‘학교 온 김에 세계일주’ 프로젝트: 자신이 선정한 나라를 깊이 있게 조사하고 문화 체험 부스를 만들어 교류했습니다.
(3) 졸업 프로젝트: 졸업식 날 공개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올 한 해 아이들과 나눈 대화와 활동은 제게 큰 배움이었습니다.
죽은 지식이 아닌 ‘삶에 닿는 배움’을 함께 만들고자 했지만,
때때로 바쁘다는 이유로 미처 다 챙기지 못한 순간들도 있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쉼 없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볼 때면 교사로서 큰 위로를 받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지요.
담임일기를 쓰게 된 이유도, 아이들의 삶과 배움을 부모님들과 공유함으로써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함께 응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선생님, 이번 달 일기는 언제 나와요?”라고 물어볼 때면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12월은 학기말로 더 분주할 것 같아 11월에 조금 일찍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아이들은 어제도 성장했고, 오늘도 자라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자라갈 것입니다.
저 역시 남은 한 달, 묵묵히 그 과정을 지켜보고 응원하겠습니다.
학부모님들께서도 따뜻한 격려와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서머싯 몸, 『인간의 굴레에서』
주인공 ‘필립’의 삶을 따라가며 한 사람이 자기만의 개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작은 단서가 되어줄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읽어가는 중이지만, 지금까지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사유를 제공해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