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드라라러브 | 가르치며 배우다#12

by 비해브

안녕하세요.

해동성국의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고 있는 담임교사입니다.


요즘 해동성국에는 자주 부딪히는 두 친구가 있습니다.

사실 이 관계는 1학기부터 이어져 온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누가 먼저 잘못한 건 아닙니다.

서로의 마음이 너무 커서, 오히려 그 무게에 부딪히는 사이랄까요.


아이들이 다투는 이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름 복잡합니다

“나를 무시하는 것 같다”, “나를 어떻게 그렇게 대할 수 있느냐”는 말 속에는

사실 “나는 네가 좋아, 그런데 왜 내 마음을 몰라주니?”라는 속마음이 숨어 있습니다. 친구를 향한 애정이 서운함으로, 그 서운함이 오해로 바뀌며 관계가 조금씩 엇갈리고 있던 것입니다.


한 친구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랑 사이가 좋지 않은 친구랑 친해지고 싶다고, 왜 내 앞에서 얘기해요?”

또 다른 친구는 억울한 듯 말했습니다.

“나는 혼잣말을 한 건데, 그걸 듣고 나한테 화를 내요.”

“속상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대화하려고 하는데, 핸드폰만 보고 대화를 안 해요.”


서로의 입장은 다르지만, 마음은 같습니다.

‘속상하다’는 말 뒤에는 ‘그만큼 너를 좋아한다’는 마음이 숨어 있지요.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그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서툽니다.

(물론 저를 포함해 어른들이라고 잘하는 것은 아니긴 합니다...)

대화를 시도하다가 눈물이 먼저 나오기도 하고,

서로의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핸드폰만 바라보기도 합니다.

대화의 첫 단추가 어긋나면, 말은 상처가 되곤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모든 과정을 배워가는 중이라고 믿습니다.

서툴게 다투고, 후회하고, 다시 다가서며 아이들은 조금씩 ‘사랑의 언어’를 배워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말 속에 진짜 담긴 메시지는 늘 같습니다.

“나는 속상해. 내 마음을 알아줘. 나는 네가 좋아. 내가 좋아하는 네가 나에게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결국, 아이들은 지금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 과정이 아프고 복잡해 보여도, 그건 분명 성장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요?



+ (번외 이야기)


요즘 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어주지 못한다는 점이 마음에 남습니다.

업무가 많고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가다 보니,

그 사이사이에서 아이들이 흘리는 작은 한숨과 눈빛을 놓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조금 더 들어주면 좋을텐데. 조금 더 곁에 있어줄 순 없었을까.’

하지만 다행히도, 그런 빈자리를 채워주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오해가 생길 때마다 친구들 대화의 물꼬를 틀어주는 아이들.

친구들 사이를 오가며 조용히 마음을 다독여주는 우리 반의 ‘금쪽상담사’ 친구들입니다.

그리고 이름 붙여진 역할이 아니더라도, 반복되는 다툼 속에서 서로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조용히 사이를 이어주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 마음들이 참 고맙고 기특합니다.


어쩌면 아이들은 이미 저보다 훨씬 더 성숙한 방식으로 관계를 배워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서툴지만 진심으로, 이 작은 교실 안에서

사랑을 배우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대견합니다.



<이번 달 노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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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가 자주 듣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찬혁의 〈비비드라라러브〉라는 곡인데, 그 안에는 ‘사랑’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이찬혁은 노래 속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슬퍼하는 일들은 사실 분노할 만한 이유가 있던 것도 아니고,

도둑든 상자를 찾는 것처럼 애초에 실체가 없을지도 모른다.”


사랑이란, 그렇게 실체 없는 감정의 파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이 겪는 관계의 어려움도 어쩌면 같은 맥락일 겁니다.

서로의 색이 다른 사랑, 서툴지만 분명 존재하는 마음의 표현들.

그 아이들의 모습이 이 노래의 한 구절처럼 다가옵니다.


한 번 들어보시면서 가사를 천천히 음미해보시면,
아이들의 관계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10월 도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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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부모님께 한 권의 책을 추천드립니다.

최태성 선생님의 『역사의 쓸모』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암기의 과목’으로 여기지만,

이 책은 역사를 ‘사람을 이해하는 학문’이라 말합니다.

역사 속 인물(타인)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순간, 결국 나 자신을 더 깊이 알게 된다는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이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겪는 갈등도,

역사를 배우는 일과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를 성찰하며 현재를 이해하듯,

아이들은 다툼을 통해 '너'를 이해하고, '나'를 알아갑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인간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존재가 아닐까요?

그 이해의 출발점이 바로 지금, 이 교실에서 아이들이 겪고 있는 마음의 진통 속에 있다고 믿습니다.


학부모님들께서도 가끔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하고 조용히 공감해 주신다면,

그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줄 것입니다.


오늘도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지켜봐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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