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가르치며 배우다#14

2025년 담임일기

by 비해브

안녕하세요.

해동성국 담임교사입니다.


이 편지를 끝으로, 해동성국의 담임교사로서

냉삼인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게 되었습니다.


방학은 잘 보내고 있을까요.

선생님은 요 며칠 동안 우리 냉삼인들이 전해주었던 롤링페이퍼를 하나하나 천천히 읽어보았습니다.

여러분이 적어준 글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생님의 지난 1년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부족했던 모습 앞에서는 반성하고, 나름대로 애써온 순간들 앞에서는조심스럽게 스스로를 토닥여 주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과 선생님의 시간을 나란히 놓고 들여다보다 보니, 이 마지막 편지를 쓰는 데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조금 늦어진 점,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사실 올 한 해는 선생님에게도 참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재작년 2024년의 혼란스러운 시간을 지나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교육을 하고 싶은 교사인가’를 오래 고민했고,

그 고민을 말이 아니라 삶으로 실천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처음 만난 제자들이

바로 해동성국의 냉삼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선생님 스스로 세운 ‘교육의 당위’라는 틀에 빠져

정작 교육의 주인공인 여러분의 마음을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건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서투른 선생님의 전달력 때문에 여러분이 더 힘들지는 않았을지,

지금도 조심스럽게 되돌아보게 됩니다.


롤링페이퍼 속에는 정말 많은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중 특히 선생님의 마음에 오래 남았던 몇 가지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먼저,“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프로젝트 활동을 하며 힘들었지만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선생님은 여러분에게 참 많은 프로젝트를 해보게 했던 것 같습니다.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해보는 것’만이 살아 있는 배움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하나하나가 여러분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였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나고 나서야 웃을 수 있는 일이 되었겠지만, 그 당시 여러분이 느꼈을 부담과 고민을 떠올리면

‘선생님이 조금 과했나’ 싶은 마음도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 삶의 이유는 무엇인지’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붙잡고 끝까지 고민해 준 냉삼인들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선생님은 서른 중반이 넘어서야 겨우 시작했던 고민을

이른 시기에 진지하게 마주한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고생 많았고,

참 자랑스럽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또 하나, 선생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문장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저희를 사회에 잘 적응하게 돕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행동보다 마음이 더 앞섰던 건 아닐까 싶어요.”

이 문장을 읽고 선생님은 한참을 멈춰 서서 생각했습니다.

맞습니다. 선생님의 마음이 행동보다 앞섰던 순간들이 참 많았습니다.

아무리 마음이 깊어도 그 마음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으면 상대에게 온전히 닿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러분의 글을 통해 다시 배웠습니다.

‘교육은 이래야 한다’는 선생님의 생각이 여러분의 눈높이에서 잘 전해졌는지스스로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방학 동안 선생님이 풀어야 할아주 소중한 숙제를 여러분이 선물해 준 셈입니다.

고맙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선생님을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오히려 선생님이야말로 가장 많이 배우는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내가 전하는 가치가 정말 옳은지 끊임없이 되묻게 되고,

그것을 삶으로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여러분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 속에서 삶의 지혜를 마주하기도 합니다.

올 한 해, 선생님은 해동성국 냉삼인들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늘 여러분에게 “마음은 표현해야 전해진다”고 말해왔지만,

정작 선생님은 부끄러움 뒤에 숨어 고맙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을 충분히 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이 고민하며 써 내려갔을 롤링페이퍼와 정성껏 준비했을 선물들,

그 안에 담긴 마음들은선생님에게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말하고 싶습니다.

모두 정말 고맙고, 정말 소중했습니다.


해동성국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써 내려간 1년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해동성국이 끝났다고 해서 여러분의 이야기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냉삼인들 각자의 삶은 이제 진짜 시작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써 내려갈 저마다의 선택과 삶의 궤적을

선생님은 언제나 멀리서, 그러나 누구보다 뜨거운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도여러분은 충분히 잘 자라고 있습니다.

함께해주어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수고 많았습니다.


2026년 2월해동성국 담임교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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