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색이 아닌, 나의 색으로: 위키드2 리뷰 1편

[모두의 이야기 #2-상]

by 비해브

색채, 성장, 그리고 우리가 보지 못한 것들

영화 <위키드(Wicked)2>는 익숙한 이야기의 그림자를 뒤집어
보이지 않던 색들을 다시 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우리가 ‘마녀’라고 불러온 존재는 그저 사악하기만 했을까요?

이 첫 번째 글에서는 두 인물이 품고 있는 색과 성장의 여정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에게 오래 던져왔던 질문들을 다시 살펴보려 합니다.


색으로 읽는 성장의 서사 ― 글린다와 엘파바가 서로에게서 배운 것들

<위키드2>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끝없이 충돌하는 이야기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마음을 잡아끄는 것은 색채대비였습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분홍·흰색·초록·검정
이 색들은 단지 의상이나 장식이 아니라,
각 인물이 자신을 이해해가는 방식이자 성장을 보여주는 은유처럼 보였습니다.


1. 글린다: 분홍흰색 ― ‘보여지는 선함’의 무게

글린다를 상징하는 색은 분홍(Pink)과 흰색(White)입니다.
누구보다 밝고 사랑스럽고 완벽해 보이죠.
그 색들은 그녀의 내면이라기보다, 타인이 기대하는 착함의 이미지,

‘선한 마법사’라는 역할의 겉옷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글린다의 색은 자주 흔들립니다.

혼란스러울 때에는 하늘빛이 섞인 분홍 드레스

엘파바를 찾아갈 때의 검은색 로브

결단의 순간엔 다시 환하게 빛나는 분홍빛 드레스로


빛나는 분홍은 처음엔 ‘주어진 선함’이었지만,
마지막에는 ‘스스로 선택한 선함’이 됩니다.
그 변화는 꽤 조용하지만 단단합니다.


2. 엘파바: 초록검정 ― 배제된 존재가 스스로를 사랑하기까지

엘파바의 피부색인 초록(Green)은 에메랄드 시티 전체가 사랑하는 색인데도,
정작 그녀는 그 이유로 평생 따돌림을 당합니다.


세상이 가장 찬양하는 색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배제된 존재가 되는 아이러니

이 모순은 오즈의 위선을 드러내고, 동시에 엘파바가 얼마나 깊은 외로움 속에서
자신의 색을 지켜왔는지를 보여줍니다.


검정은 그녀에게 씌워진 ‘악녀의 이미지’이지만, 관객은 오히려 그 속에서

누구보다 명확한 정의감과 용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3. 서로의 색을 비춰보다 ― 관계 속에서 일어난 진짜 성장

글린다는 엘파바의 용기를 부러워하고,
엘파바는 글린다의 따뜻함을 부러워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결핍을 통해 자신이 미처 보지 못했던 면을 바라보게 됩니다.


글린다는 ‘선함’은 이미지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걸 알게 되고,

엘파바는 누구도 사랑해주지 않던 자신을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 봐준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서로의 색을 빌려 보고 나서야
각자는 자기만의 색을 완성합니다.


4. 색채의 대비는 결국 ‘내가 되는 여정’

이 영화는 화려한 마법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어떤 색으로 살아갈 것인가’라는 아주 오래된 질문을
색채의 은유로 조용히 건넵니다.


화면 속 색이 바뀔 때마다
관객도 함께 흔들리고, 결국 자신의 색을 생각하게 되니까요.



1편의 마지막 질문

나는 지금 어떤 색의 옷을 입고 있을까?
그 색은 ‘누군가의 기대’일까,
아니면 ‘내가 선택한 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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