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의 의미를 다시 묻다 — 2025년을 건너며

담임교사 성찰일기

by 비해브

오랜만에 친구들 만났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자리는 따뜻했다.
올 한 해는 어떠했는지, 내년에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와 같은 질문들은
위로이자 관심, 그리고 단단한 지지처럼 느껴졌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교사라는 직업이 내게 갖는 의미로 흘러갔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생계를 위한 일일 수도 있는 교직이
왜 유독 나에게는 여전히 보람 있고 붙잡고 싶은 일일까.
그 질문은 모임이 끝난 뒤에도
집으로 가는 내내 내 뒤를 따라왔다.


처음 6학년, 5학년, 4학년 아이들을 가르칠 때만 해도
교사로서의 만족감은 분명했다.
아이들이 내가 가르친 내용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고 학급 생활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쓸모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감각을 느꼈다.


하지만 3학년을 처음 맡았던 해,
그 믿음은 아주 처절하게 부서져 내렸다.
아이들은 이해한 것처럼 보였지만
같은 행동을 반복했고,
수업은 가르침이라기보다
행동을 수정하는 훈련처럼 느껴졌다.
나는 선생님이지 훈련가가 아니라는 생각,
내가 하고 싶었던 교육은 이런 모습이 아니라는 감정이
나를 깊이 우울하게 만들었다.


지금에 와서야 돌아보면,
그 혼란의 원인은 아이들이 아니라
‘교육’을 지나치게 좁게 이해하고 있던 나 자신에게 있었다고 생각한다.
배움이란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행위라면,
교육은 그러한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상황과 문제, 경험을 전문적으로 디자인하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가르치고 싶은가가 아니라
지금 이 아이들이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가에 대한 이해일지도 모른다.


유치원생에게 미적분을 가르칠 수 없는 것처럼,
대상에 대한 이해 없이
내가 전하고 싶은 것만을 전하는 일은
결코 올바른 교육일 수 없다.
돌이켜보면 나는
내가 잘하는 일식을 앞세워
한식을 원하던 사람에게까지
그것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에 가까웠다.


이러한 질문 위에서 맞이한 2024년은
나에게 무척이나 힘겨운 한 해였다.
매일같이 벌어지는 사건 사고로
학급 운영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았고,
그 시간들은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러나 그 시기를 통과하며
나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묻게 되었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나는 어떤 교육을 하고 싶은 사람인가.


그 질문을 안고 시작한 2025년은
내가 하고 싶은 교육을
처음으로 행동에 옮긴 해였다.
교육 내용을 전달하는 매개체에 머물렀던 자리에서 벗어나,
무엇을 가르칠지 선택하고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구성할지를 고민하는
조금은 주체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고 싶은 교육이 분명해질수록
나는 더 많은 것을 분별하게 되었고,
그 분별은 어느새 당위가 되었다.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을 기준으로
사람과 상황을 재단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나는 사람을 잃어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학기 말이 되었을 때,
나는 진이 빠진 채로 남아 있었다.
나 자신도, 아이들도,
한 해를 함께 고군분투한 동학년 선생님들과의 관계도
상당 부분 놓쳐버린 뒤였다.
처음 내가 교육을 통해 이루고 싶었던 것은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공동체였는데,
어느새 목적은 사라지고
‘내 방향이 맞다’는 주장만 남아 있었다.


그해의 나는 화가 많았다.
그 화의 원인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과 동료들에게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분명한 착각이었다.
사람을 잃은 것은 상황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든 선택의 결과였다.


2026년을 맞이하며 며칠을 푹 쉬고,
다시 납스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야
비로소 그 시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하고 싶은 교육을 찾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서툴렀다는 사실을.
2025년은 나에게
표현과 소통의 한계를 깨닫게 한 해였다.


나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학교생활을 통해 기억에 오래 남은 것은
배웠던 지식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했던 기억이었다.
학생으로서도, 교사로서도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2026년의 나는
삶에 대한 나의 태도를 더 갈고닦고,
그 자체로 살아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아이들 앞에 조심스럽게 놓아두고 싶다.
그리고 묻고 싶다.
너만의 삶에 대한 답은 무엇이니.
그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을
조용히 곁에서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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