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둘에 손주가 다섯
아이는 열 살 되기를 기다리는 일이 얼마나 지루했는지 모른다.
열 살 먹고 나면 대단한 일이 생길 거라고 기대해서 그랬을까?
더디 가는 세월 속에서 빨리 나이 먹기를 갈망하며 빠듯이 자라 사춘기 터널에 들어섰다. 짝사랑, 풋사랑, 이기적인 사랑, 열병 같은 사랑 등을 통해 어른이 되어갔다.
간신히 사춘기를 빠져나와 어렵사리 어른이 된 아이는 덜컥 엄마가 되었다.
엄마가 되는 것은 허물을 벗는 일이었다.
단단히 덮인 알곡의 껍데기를 벗기는 것처럼 아프고 힘들었다.
엄마는 여자가 아니야.
엄마는 사람도 아니야.
그냥 엄마야.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일. 산고(産苦.)
허공에다 집 짓듯이 밑그림 없이 조각품을 만드는 일, 육아.
껍데기만 남을 때까지 제 살을 다 파서 먹이는 거미처럼 되는 일, 교육.
탯줄 가르듯 썩둑 베어내야 둘 다 편한데 그렇게 하지 못해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 일, 독립.
아이가 낳은 아이가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낳은 아이는 예전에 아이가 겪었던 과정을 그대로 겪어갈 것이다.
할미가 되는 일도 공짜는 아니다. 이제 더 벗을 허물도 없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그 나이가 되고, 그 처지가 되어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는 일이 있다.
상상력을 동원하고 추리력으로 무장해도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은 오직 겪어보고 살아봐야만 알 수 있다.
이래서 세월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