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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재 Feb 07. 2024

세비야와 론다

세비야 대성당, 스페인광장, 누에보다리, 헤밍웨이

모두가 바다 끝에 낭떠러지가 있다고 믿던 시대에 콜럼버스는 남다른 꿈을 꾸었다. 지구는 둥글고 바다는 끝이 없다고 믿었다.


그 시대의 귀족들은 이탈리아 출신의 콜럼버스를 엉뚱한 몽상가라고 부르며 질투하고 조롱했다. 아무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래도 콜럼버스는 끝까지 자기의 꿈을 붙들고 나아갔고, 마침내 신대륙을 발견했다.


콜럼버스를 질투하고 미워했던 사람들은 그가 발견한 대륙에다 이탈리아 선원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름을 붙여 ‘아메리카’라고 지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콜럼버스는 분노했고, 다시는 스페인 땅을 밟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콜럼버스는 지금도 누군가에게는 영웅, 다른 쪽에서는 살인마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그의 유골을 담은 관은 지금 황금으로 번쩍거리는 세비야 대성당 본당 한쪽에 자리 잡고 있다.


세비야대성당에 있는 콜럼버스 무덤, 관이 공중에 들려 있다


옛 왕국 왕의 복색을 한 4명이 어깨로 관을 메고 정중하게 서 있는, 공중에 붕 뜬 무덤이다. 다시는 스페인 땅을 밟지 않겠다던 그의 다짐은 이런 형태로 실현되어 많은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스페인광장은 전 세계에 다 있다. 수많은 스페인광장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세비야에 있는 스페인광장이다. 세비야 성당에서 나와 스페인광장으로 가는 길에 마차를 타고 시내 한복판을 달리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세비야 관광마차 타고 시내 관광


 짧은 시간에 여러 곳을 돌아보게 짜놓은 일정을 다 소화하려니 어느 한 곳도 여유롭게 찬찬히 들러볼 수가 없다. 주마간산(走馬看山)이란 말이 딱 맞는 하루였다. 그래도 동행한 사람들과 즐겁게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더 중요한 것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긍정적인 마음은 여행피로를 이기는 비결이었다.         


세비야 스페인광장, 국보문학발행인 임수홍, 수필가 김희재, 시인 강정화, 사진작가 임정의

          



제6부. 론다, 투우장과 헤밍웨이와 누에보 다리     



간담이 서늘하도록 깊은 엘 타호 협곡 위에 세워진 도시, 론다는 투우의 발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누에보 다리를 사이에 두고 론다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나누어진다. ‘누에보 다리’는 ‘새로운 다리’라는 뜻이다.


 처음엔 그저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만든 다리가 스페인 론다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길이가 30m밖에 되지 않는 짧은 다리지만 완성하기까지 40여 년이나 걸렸다. 무려 120m 높이의 협곡 위에 다리를 놓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고생하고 힘들여 만든 르네상스 양식의 다리가 아름답다. 다리를 건너가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올 법한 비현실적인 풍광이 사방에서 기다리고 있다. 나는 문득 협곡 아래로 내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헤밍웨이는 이곳에 살면서 투우를 즐겼고,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구상하고 집필했다.


그는 매일 누에보 다리 아래로 산책하는 걸 좋아했단다. 이야기의 배경이 된 곳은 세비야인데. 영화를 촬영한 장소는 누에보 다리였다.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촬영지로 유명한 이곳은 ‘연인들이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기 가장 좋은 풍경’으로도 손꼽힌다.          

       


누에보 다리에서 바라보는 풍경


다리가 빤히 바라보이는 구시가지에 예쁜 카페가 즐비하다. 비 온 끝에 유난히 더 파랗게 보이는 하늘이 미치도록 아름답다. 가게 문을 막 여는 오전이어서 그런지 카페 마당에 놓은 테이블에 빈자리가 많다.


우리는 삼삼오오 파라솔 밑으로 모여들었다. 주문받으러 온 직원이 메뉴판을 펼치기도 전에 다들 카푸치노로 통일했다. 거품이 풍부하고 맛도 부드러운 유기농 커피는 기대보다 맛있었다.


테이블에 놓아둔 유기농 설탕은 알갱이가 성글고 잘 녹지 않았다. 굵은 설탕을 거품 위에다 솔솔 뿌려서 와작와작 씹어먹으니 색다른 맛이 났다.


누에보 다리 옆 노천카페에서 마신 유기농 카푸치노

                              

노천카페와 딱 어울리는 커피 향에 다들 취했다. 끊임없이 이야기가 술술 이어진다.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 나왔던 아름다운 여배우 잉글리드 버그만과 미남 배우 게리 쿠퍼를 금세 소환한다.


헤밍웨이의 행적을 따라 미국 플로리다주 키웨스트까지 간다. 말년에 살면서 노인과 바다 등을 썼던 그 집은 미국 국립 역사기념물 ‘헤밍웨이박물관’이 되었고, 지금도 당시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하다.


다음엔 쿠바가 바라보이는 미 대륙의 최남단, 키웨스트로 떠나 볼까. 여행지에서 다른 여행지를 탐색하는 것은 무엇에도 견줄 수 없는 설렘이다. (계속)        


누에보 다리 옆 노천카페에서 카푸치노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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