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30년의 인생을 후회합니다

결심의 계기 1

by 불지않는 면빨

본사 귀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임원들 대상으로 교육이 있었다. 회사 연수원에서 1주일간 진행된, 조직의 리더로서 구비해야 할 리더십 함양 교육이었고, 외부에서 초빙된 강사가 열정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조직의 성과와 직원의 양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리더의 덕목을 다시 생각해 본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정작 나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든 건, 강사가 교육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에, 틀어준 짧은 비디오 클립이었다.

비디오 주인공은, 충남 논산의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맨손으로 대학교 두 개를 일구고 세상의 존경을 받으며 장수하시다가 향년 103세에 별세하신 강석규 박사였다. 비디오 클립은 이렇게 흘렀다.




(어느 95세 어른의 수기)

2015년 12월 어느 날,

호서대 설립자이자 명예총장인 강석규 박사가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노환으로 별세했습니다.

향년 103세


나는 젊었을 때,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 결과 나는 실력을 인정받았고,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 덕에 65세 때 당당한 은퇴를 할 수 있었죠.

그런 내가 30년 후인 95살 생일 때, 얼마나 후회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내 65년의 생애는 자랑스럽고 떳떳했지만, 이후 30년의 삶은 부끄럽고 후회되고, 비통한 삶이었습니다.

나는 퇴직 후 ‘이제 다 살았다. 남은 인생은 그냥 덤이다’라는 생각으로 그저 고통 없이 죽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덧없고 희망이 없는 삶... 그런 삶을 무려 30년이나 살았습니다.

30년의 시간은 지금 내 나이 95세로 보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기나긴 시간입니다. 만일 내가 퇴직할 때, 앞으로 30년을 더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난 정말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때 나 스스로가, 늙었다고, 뭔가를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큰 잘못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95살이지만 정신이 또렷합니다. 앞으로 10년, 20년을 더 살지 모릅니다. 이제 나는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10년 후 맞이하게 될 105번째 생일날, 95살 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비디오 클립이 '이 대로는 되지 않는다. 모든 것에 한계가 왔다'는 현실을 진작에 인식하고 있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큰 변화를 갈망하면서도 그 걸 시도할 용기가 없어서 주저하고 있던 나의 미약한 마음에 기름을 부었다.


'내 나이 50대 초반, 90세 강석규 박사 보다 무려 40년이나 젊은 나이.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앞으로 40년을 후회할 것이다.

지금 하려고 하는 변화는 결코 늦지 않았으며, 아니 인생에서 결코 늦은 때란 것은 없다는 것을 강석규 박사가 온몸으로 웅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때는 상상도 못 했지만 강석규 박사의 후회와 회한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인생 후반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3가지 명제


장기수명 Longevity

변화 Change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나 Possible Selves


중, 장기수명의 난제와 연결되는 것임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강석규 박사의 비디오 클립을 만나게 된 것은 내 인생의 행운이었지만, 한 사람의 인생행로를 바꾸는 계기가 멀리, 큰 것에 있지 않고 의외로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에 있는 것이 인생의 반전과 역설이다.

그러나, 변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지만,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 몸을 일으키기엔 또 다른 한방의 충격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