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서른

by CHOYI

그렇게 나에게 지옥같던 밤이 지나자, 그 이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여청계 담당 경찰은 내 진술대로 CCTV를 확보하고, 집에서 칼도 증거로 수집했다. 내 진술에 어긋나는 상황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그에게는 도주 우려가 있어 긴급체포 영장이 나오고, 경찰은 정신병원에 있는 그에게 가서 특수강간, 폭력 등으로 긴급체포를 한다고 했다. 반항도 예상하고, 행여나 긴급체포 때 도망가서 나에게 찾아와서 해꼬지하면 어쩌지라는 상상이 시작되고 두려워졌다. 그러나 곧 그가 체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그런 장면들이 나에게 현실이었고 나는 그제서야 안도했다.


나는 그가 체포되자마자 동시에 이혼을 준비했다. 이미 증거는 충분했고, 협의이혼은 절대 안해줄 사람이었기에 신고한 내역과 구속된 사항들로 재판이혼을 시작했다. 변호사 쓸 돈도 없었기에 국선변호사를 요청했고 조금은 나이가 지긋하신 여성 변호사님으로 국선변호사가 지정됐다. 국선변호사하고 상담을 시작했을때도 함께 제일 걱정하고 고민했던 건 무엇보다 보복이었다. 나는 그저 깔끔하게 이혼만 하게 해달라고 했다. 위자료도 양육비도 필요없다고 했다.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변호사는 그러면 안된다고 위자료도, 양육비도 법적으로 기준을 정해놔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국선변호사님이 하자는 대로 믿고 따르기만 하였다. 법원도 같이 출석할 수도 있었으나, 나는 변호사님께 모두 일임하였다. 그를 법정에서조차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무서웠다.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는 친정집에서 생활했고, 일도 다시 시작했다. 아이들도 엄마가 봐주고 나는 다시 또 혼자 살아 가기 위해 발버둥쳤다. 하루는, 아침 일찍 출근하는데 집앞에서 전 시어머니가 나를 기다렸다고 쫓아왔다. 이유는 자신의 아들의 탄원서를 써달라는 이유였다. 참 뻔뻔하시기도 하시지.

내가 내 손으로 신고하고 재판중인데 어떤 보복이 올 줄 알고, 탄원서를 써주냐고 가시라고 했다.

그래도 애들 아빠인데 혼자 애들 어떻게 키우려고 하냐고, 생활비는 어떻게 할거냐고 반협박을 했다.

그래서 그러면 지금 애들 1명당 1억씩 3억을 주면 탄원서를 써주겠다고 했더니, 당장 그 돈이 어딨냐고 했다.

그러면 내가 뭘 믿고 탄원서를 써주며, 달랑 오셔가지고 염치도 없이 부탁하냐고 따졌다. 제발 탄원서 좀 써달라고 자기 아들 빼내야한다고 비는 사람 앞에서 제가 10년동안이나 부탁했을 때 어머니 한번이라도 들어준 적 있냐고 소리쳤다. 제가 이렇게 지쳐서 이런 선택을 하고 나니 이제와서 뭐하시는거냐고 말했다.

이제 더 이상 나도 눈에 뵈는게 없었다. 10년의 결혼생활동안 전 시어머니에게 울어도 보고 사정도 해보고 힘들다고 여러번 얘기도 했었다. 그때는 날 무시했던 사람이었다. 버스를 타려는데 붙잡아서 경찰에 신고했다. 이혼소송중인 전남편의 어머니가 집앞까지 찾아와서 괴롭힌다라고.

경찰이 왔고 경찰차를 타고 그 공간을 벗어나려는 와중에도 경찰차 문을 잡고 난동을 피웠다.

나는 전 시어머니를 스토킹으로 신고했다. 가족이었던 사람에 대한 동정과 어른에 대한 연민도 없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단호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그는 구치소에 수감되어 나에게 어마무시한 단어들과 협박이 가득한 글들과 이혼을 요구한 아내 찾아가 살해했다던 신문기사들을 오려 나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고, 나는 그 편지를 고스란히 변호사에게 가져다 드렸다. 우리 변호사를 통해 협박성 편지와 신문기사들을 반박하니, 상대측 변호사에게 불리하다고 한소리 들었는지 재판이 시작되고서 줄기차게 오던 편지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그는 재판중에도 끈임없이 반발하였다. 유책사유가 나에게 있다고 주장하질 않나, 증거도 없이 남자가 생겼다고 하질 않나, 내가 다단계를 했다고 하질 않나.... 그렇게 3번의 항소와 3번의 기각을 지나, 2021년 9월 단독 친권 및 단독 양육권을 가지고 오게 되며 이혼이 성립되었다.


내 나이 서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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