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다시 처음부터

by CHOYI

일단 이혼은 완료됐지만, 끝난 건 아니었다. 전 남편이 내이름으로 하고 있는 사업도 정리해야했고, 내 이름으로 생긴 빚도 어마어마했다. 하나씩 하나씩 정리는 다 내 몫이었다. 직원들 월급이 밀려있었고, 내 이름으로 낸 법인 사업자에 세금을 제때에 낸 적이 하나도 없었다. 노동부에 법인 대표라는 이름으로 불려다녔고 가정법원에는 이혼 이후 서류 정리할게 있었고, 빚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개인회생도 신청했다.


노동고용부에 임금체불로 불려가서 조사를 받고 대표라는 명의만 빌려줬을 뿐, 실질적인 대표는 이혼한 전 남편이라고 해명했으나 책임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명의를 빌려준다는 것만으로도 책임이 모두 나에게 있었다. 명의를 빌려준 것조차 무지한 내 잘못이니, 인정하고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임금체불 관련해서는 해결할 능력이 없음을 피력했고, 벌금형이 주어졌다. 직원들은 나라에서 임금체불 이후 지원받을 수 있는 부분에 최선을 다했다.


가정법원에는 이혼 후 친권,양육권이 명시된 이혼 판결문을 들고 전 남편이 아이들의 등본 및 초본을 열람하지 못하게 막아뒀다. 열람제한은 판결문에 가정폭력이 꼭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행여나 나중에 출소해서라도 아이들 직계존속이기 때문에 남편을 열람제한을 해두지 않으면 언제든 주소를 확인할 수 있고, 어디에 있든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판결문을 기반으로 꼭 신청해두어야 했다.


개인회생을 접수하고 보니, 내 빚은 1억8천이나 있었다. 내 명의로 받은 대출이며 법인 사업자 명의의 세금은 단 한푼도 내지 않았다. 이런 사람도 사업을 하고 다니는 세상이라니. 나는 가진 재산도 없고, 개인회생을 앞두며 남편이 준 차도 폐차시켜버렸다. 위자료도 아직 못받았고 양육비도 지급하지 않으니 정말 재산이라고는 0원이었고 나에게는 1억 8천이라는 빚이 떨어졌다. 그래도 그나마 긍정적으로 생각이 든 건, 이 빚이 더 늘어날 수도 있었는데 여기서 멈춘 것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내 스스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서 매번 생각을 고쳐먹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너무 지치고 힘든날에도 이렇게 생각했다. 딱 죽지 않을 만큼의, 감당할만한 힘듦을 겪게 하는 거라고.

나중에 얼마나 인생이 황금길이 되려고 지금 이런 크나큰 시련의 길을 지나가는 걸까.


그래 아무리 난리 쳐봐라, 나는 피어나고 말지.

이 모든 시련들이 나의 인생의 거름이 되어 꼭 활짝 피어날 날을 위해 지나가는 시간들이라고 확신했다.

그동안 가졌던 모든 것들이 내 것이 아니었음을 인정하고 나는 다시 제로부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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