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옷을 벗는다

요양병원

by 서쪽하늘


밤마다 옷을 벗는다


여든일곱 먹은 늙은이
나는 밤마다 옷을 벗는다.
입혀주면 벗고 입혀주면 벗고
어둠 속에서 벗고 또 벗는다.

아침이 오면 젊은 색시가 내게 묻는다.
"할머니, 왜 그렇게 옷을 벗으셨어요?"
나는 대답한다.
"그랬어? 노망 걸려서 그렇지. "

하루는 색시가 말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지 가르쳐 주세요"
잠시 머뭇거리다
고작 내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그게 아직 그걸 모르겠어."
'결국 그것도 모르고 가는군.'

멀리서 육십 먹은 딸아이 말소리가 들려왔다.
"엄마가 가슴에 담고만 살아서,
답답해서 저렇게 옷을 벗는 거예요."
'그랬던가? 모르겠다.'

오늘 아침엔 색시에게

뺨을 쳐달라고 부탁했다.
정신을 차리고 싶다.
정신을.

밤이 되면 어김없이 또 옷을 벗겠지.

내 볼을 감싸는 색시손이 따뜻하다.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
고마워서 주름진 웃음을 겨우 보내줬다.





'시'로 등단은 했지만 상하고는

인연이 없다가 상을 받아서 좋았다.

상품 좋아하는 조카손주에게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