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은 있니?", "아니, 신메뉴는 있단다."

내 양심은 신메뉴 앞에 무릎을 꿇었다.

by 달빛모아



​정말 배고픈 거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궁색해진다.

이미 복부에는 '비상식량'이라기엔 너무나 넉넉한 지방들이 층층이 쌓여 있다.


"속이 쓰려서 뭐라도 좀 먹어야겠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 보지만, 사실 우리는 안다, 이건 위장이 아니라 뇌가 보내는 간절한 신호라는 걸.


음...
그런데 바나나 하나면 될 터인데,
하필 치킨을 시켜야겠니?

​크랑이를 배신하게 만든 BHC의 유혹
​그동안 나의 최애 치킨은 육십계 치킨의 '크랑이'였다.


그 압도적인 바삭함에 길들여져 "이제 치킨은 이걸로 정착이다"라고 선언했건만, 세상은 참 가혹하다.

좀 질릴 법하면 귀신같이 신메뉴가 떡하니 나타난다.


​이번엔 BHC이다.

안 그래도 맛있는 튀김옷을 더 바싹하게 입혔다니. 이건 반칙이다.

"딱 한 번만 먹어볼까?" 하는 호기심이 양심을 가볍게 눌러버린다.

익숙한 크랑이의 바삭함을 잠시 뒤로하고, BHC 신메뉴 콰삭킹의 그 경쾌한 소리를 상상하는 순간 이미 손가락은 배달 앱을 누르고 있다.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튀김옷이 바스라지며 육즙이 입안을 두른다. 어찌나 행복하던지

​식사 때보다 맛있는,

잠들기 전의 '반칙'
​참 이상하다.


평범한 식사 대용으로 밥과 함께 든든하게 먹을 때보다, 유독 바쁜 하루를 보내고 이제 막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시간에 반칙처럼 시켜 먹는 치킨이 몇 곱절은 더 맛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조화를 생각하며 '치밥'으로 정중하게 예우를 갖춰 먹는 식사도 훌륭하지만, 오직 이 바삭한 튀김옷과 육즙에만 집중하는 밤의 시간은 차원이 다르다.

내 몸에 미안한 마음이 살짝 섞여서일까? 아니면 '신상'이라는 짜릿한 유혹이 가미되어서일까?

그래, 안 먹어볼 수가 없다.
신메뉴가 나왔는데 예의상 한 번은 맛봐야 하지 않겠나?

​오늘도 이렇게 '신상'이라는 그럴싸한 핑계 뒤에 숨어,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패배자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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