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범인 검거 보고서

누구의 소행인가

by 달빛모아

이게 무슨 일인가?


하루 걸러 걷는 산책길에서 누군가 가을거지를 한 듯, 빨간 산수유 열매가 바닥에 즐비하게 떨어져 있다.


지난 가을부터 겨울까지, 고즈넉한 공원에서 붉은 점이 되어주던 고마운 열매들이었다.


흰 눈이 내리는 추운 밤에도 꼿꼿하게 자태를 뽐내며 서 있던 그 산수유나무였는데.


정말이지 누군가 대추나무 추수 하듯, 장대로 나무를 그르쳐 열매를 몽땅 떨어뜨린 게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 광경이었다.


누구의 소행인가?


노란 꽃이 피어나는 건 반갑다만, 애지중지 매달려 있던 열매를 한꺼번에 다 떨궈야 했나 싶어 아쉬운 마음이 앞섰다.


봄 햇살을 친구 삼아 나무 근처에 조용히 앉아 기다려 보기로 했다.

범인은 의외로 빨리 나타났다.



따끈따끈한 햇살이 나무 주변에 가득하고 바람조차 숨을 죽인 정오...


그 녀석들,

바로 '직박구리'들이 나타난 것이다.



산수유나무 한 그루에 열대여섯 마리의 직박구리가 가지마다 자리를 잡고 제잘 거리기 시작했다.


숫자가 많아서인지, 녀석들은 바로 곁에 있는 나의 존재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툭, 툭툭-"


열매를 부리로 쪼아 먹는 소리가 고요한 공원에 울려 퍼졌다.

머리깃털이 쭈빗쭈빗한 녀석부터 꼬리깃털 움직임이 날랜 녀석까지 반짝이는 눈이 작고 야무져 보인다.



자세히 보니 녀석들이 먹는 양보다,

그 분주한 움직임에 밀려 바닥으로 떨어지는 열매가 훨씬 더 많았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떼로 몰려와 새로 오픈한 브런치 카페인 듯 열매를 탐닉하니, 바닥에 붉은 카펫이 깔리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 광경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처음에 들었던 원망과 아쉬움은 어느새 씻은 듯이 사라졌다.


내 곁에서 먹고, 싸고, 저희들끼리 신나게 노는 모습이 그저 한 편의 유쾌한 공연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열매가 하나씩 천천히 떨어졌더라면 여느 날처럼 무심히 지나쳤을 것이다.

이런 애틋한 마음을 가져보기나 했을까?

아쉬움은 곧 기록하고 싶은 욕구로 바뀌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오늘의 이 소란스러운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사진 제목 : <그림자 나무 위에 내린 붉은 비>

작가 : 직박구리








글벗님들, 오늘도 함께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롯이 나를 챙길 수 있는 틈을 만드시길,
평온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