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도 화상을 입히지 않고, 누구도 소름 돋게 하지 않는다.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온도가 있다면, 나는 ‘뜨뜻미지근한 온도’가 좋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이 온도는 누구에게도 화상을 입히지 않고, 누구도 소름 돋게 하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곁을 내어주어, 삶에 치인 누군가가 잠시 숨을 고르며 쉬어가기에 가장 알맞은 온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펄펄 끓는 열정을 원하는 사람이나 뼛속까지 시원한 냉기를 찾는 이들에겐 이 온도가 못내 아쉽고 부족할지도 모른다.
때로는 그 미적지근함에 서운함을 느끼며 만족하지 못한 채 내 곁을 떠나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기꺼이 미지근한 사람이고 싶다.
대단한 환희나 강렬한 위로를 줄 순 없어도, 지친 누군가가 문득 갈증을 느낄 때 혹은 잠시 한숨 돌리고 싶을 때, 부담 없이 찾아와 몸을 녹일 수 있는 ‘상온(常溫)’의 휴식을 나누고 싶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소박한 방식으로 온기를 전하곤 한다. 지난 대화 중에 스치듯 지나갔던 상대의 작은 고민을 기억해 두었다가, 무심한 듯 툭 질문을 던져 안부를 살핀다. 거창한 격려보다 “그때 그 일은 좀 어때?”라는 한마디가 때로는 더 깊은 다독임이 된다는 걸 믿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수다스러운 말 대신 그저 함께 조용히 걷는다. 그러다 길가에 핀 꽃의 소박함이나 나무의 싱그러움을 발견하면 슬쩍 말을 건넨다. 그 평화로운 풍경 속에 상대의 고단한 마음을 잠시 놓아두게 하고 싶어서다.
내가 조금 지친 걸까,..
아니면 이제야 평온의 가치를 알게 된 걸까. 화려한 불꽃보다는 은근하게 남은 온기처럼, 그렇게 누군가의 쉼표가 되고 싶은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