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봄도 봄이다
내일이면 4월이다.
주변 매화나무 아래가 떨어진 꽃잎으로 화사하다면, 대왕참나무 아래는 유독 많은 낙엽이 쌓여 서늘하다. 마치 계절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듯한 풍경이다.
고개를 들어 나무를 보니 아직도 메마른 잎들을 한 아름 품고 있다.
얼룩무늬 모과나무마저 묵은 껍질을 벗겨내고 새잎을 뾰족하게 올리고 있는 이즈음인데 말이다.
대왕참나무야,
너는 홀로 지난가을 속에 잠겨 있는 것이냐. 하지만 잊지 마라.
햇살이 따가운 한여름, 너의 큰 그늘에 기대어 잠시 쉬어가던 우리의 목소리를 생각해.
너는 너대로의 속도로 봄을 맞이하고 있겠거니 생각하면서도, 너 또한 나처럼 몸과 마음의 속도가 달라 쓸쓸한 건 아닌가 싶어, 가만히 너의 곁에 서 있어 본다.
글벗님들, 오늘도 함께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롯이 나를 챙길 수 있는 틈을 만드시길,
평온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