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거림의 정체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심장 박동 소리가 귀 안에서 울려 퍼진다.
늦은 저녁 침대에 누우면 잠은 멀어져 가고, 심장이 머리에 자리한 듯 박동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댄다. 간신히 잠이 들었다가도 그 소리에 놀라 깨기를 반복하며 하얀 밤을 보낸다.
아침이 오면 몸은 돌덩이처럼 무겁고, 사방이 빙글빙글 돌아 어지럽다.
두근대는 머릿속이 제발 잠잠해지기만을 가만히 기다려 본다.
며칠째 나도 모르게 무엇에 이렇게 설레는 것일까.
술 한 잔 입에 대지 않은 날들인데, 세상이 이토록 빙빙 도는 이상한 날이 이어진다.
만개한 봄꽃을 보고도 그리운 이들 생각에 오히려 차분해졌던 나였다.
분명 기이한 날들의 연속이라 생각하며, 어지럼증으로 찍어둔 MRI 영상을 들고 대형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이미 자료가 있었음에도 검사는 처음부터 다시였다.
정상적인 사람도 어지러워할 정도로 힘든 과정이라는 설명을 들으며 검사실로 향했다.
출렁이는 넓은 바다 위, 작은 배를 타고 있는 듯한 어지럼증에 호흡마저 엉망이 되었다. 눈물이 줄줄 흐르고 손발이 차가워졌다.
호흡법을 생각하고, 맥없이 벌어지는 입술을 깨물며 스스로 몸을 다독였다. 쉬었다 다시 하기를 반복하며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 애를 썼다.
그때, 바람이 느껴졌다.
바람이 닿는 순간 숨통이 트였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도 검사실의 작은 창을 열어준 덕분에 몸으로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사려 깊은, 신부님 같은 검사관의 위로와 응원이 아니었다면 무사히 검사를 마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세상에 맛있는 술이 얼마나 많은데. 함께 잔을 기울이며 웃음을 나눌 지인도 없는 자리에서 홀로 휘청거리며 어지러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영 반갑지 않다.
취기 한 방울 없이 이렇게 비틀거렸다니 — 억울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고요해야 할 밤이 소란해지고 맑아야 할 낮이 흐릿해지는 날들이 이제는 물러가겠다 싶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백목련이 활짝 피었고,
며칠 사이 벚꽃마저 화사해졌다.
나는 그저 봄꽃에 취한 것이었을까.
꽃을 보며 기분 좋게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도록, 이 고약한 어지럼증이 어서 지나가기를 바란다.
글벗님들, 오늘도 함께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롯이 나를 챙길 수 있는 틈을 만드시길,
평온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