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앞에서 나는 떨고, 잠만보는 웃는다.
벽면을 가득 채운 원장님의 화려한 약력들.
대한치과보철학회, 심미치과학회...
읽기만 해도 치과 특유의 소음과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듯하다.
이 삼엄한 공간에서 도대체 웃음이 나올까 싶은데, 내 앞에 앉은 저 녀석은 다르다.
역시 잠만보. 너의 내공은 부럽다 못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어쩜 이렇게 태평할 수 있는 걸까.
너나 나나 이곳에서의 앞날이 훤히 보이는데 말이다.
그나마 나는 임플란트가 한 개라 다행이라 위안을 삼아 보지만, 심난하고 무서운 마음은 감출 길이 없다.
그런데 너, 정말 정신줄 잡고 있는 거 맞니?
그 해맑은 표정을 보고 있으면 내가 다 민망해질 정도다.
내 이름이 먼저 불릴 게 뻔하지만, 내심 네 이름도 같이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상상을 한다.
덩치 큰 네가 진료실로 들어간다면
아마 꽤 오랜 시간이 걸릴 테고, 그동안 나는 너의 그 무념무상한 태도를 조금이나마 전수받아 대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 정말 떨린다.
간간이 와도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치과 체어의 위압감.
"안녕 잠만보, 나 임플란트 하러 먼저 간다.
아, 그냥..
너의 품 안에서 한숨 자고 나오면 끝났으면 좋겠다. 너의 그 태평함을 나에게 조금만 나눠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