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엄마의 사월
고등학생의 엄마가 되고 보니, 4월은 정말이지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한 달이 되었습니다. 3월의 신학기 적응 기간이 4월 초까지 이어지는가 싶더니, 곧바로 과목별 수행평가와 쉴 틈 없는 내신 대비 학원 일정이 들이닥칩니다.
어느덧 만물이 소생하며 생기가 도는 계절답게 세상은 눈부신데, 아이는 깨져버린 수면 패턴 탓에 쏟아지는 졸음과 싸우며 오후 한나절을 보냅니다.
빽빽한 학원 스케줄과 산더미 같은 과제물을 하나씩 해치우다 보면, 침대에 언제 누웠는지도 모르게 야속한 아침이 오곤 합니다.
어느 늦은 오후, 아이는 거실 바닥에 대자로 누워 소리쳤습니다. "학교가 뭔데! 왜 나를 평가해!" 어른인 나도 이해하기 복잡한 평가 시스템이, 이 아이에게는 오죽할까 싶었습니다.
지쳐 있는 아이의 일상을 곁에서 지켜보자니, 엄마인 나의 마음과 손길도 덩달아 분주해집니다. 학교와 학원 사이, 짧은 틈을 타 아이의 입에 넣어줄 간식과 따뜻한 밥을 차려내는 일. 녀석의 길고 짧은 푸념을 온전히 들어주는 일. 그리고 아이의 예민해진 감정 선에 맞춰 내 언행의 온도를 세밀하게 조절해야 하는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갑니다.
특히 이번 달은 고등학교 입학 후 첫 전국연합학력평가와 더불어, 고교 생활의 첫 관문인 1차 지필평가(중간고사)가 있는 달입니다. 처음으로 아이의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통지표를 마주해야 하는 달이기도 하지요.
숫자로 기록된 결과물을 받아 든 아이가 느낄 그 무거운 압박감을 내가 대신 짊어질 수는 없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그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어 고민이 깊어집니다.
고민 끝에 내가 찾은 방법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응원인 '밥 짓기'에 정성을 한 스푼 더 얹는 것.
제주에서 올라온 취나물과 울릉도 부지깽이나물을 무치고, 잎의 식감이 유독 부드러운 여린 봄아욱으로 된장국을 끓입니다.
향긋한 미나리 전에 녀석이 좋아하는 오징어까지 곁들여 아이가 입맛을 잃지 않도록 싱그러운 계절 밥상을 차려냅니다.
틈틈이 녀석이 피식 웃음을 터뜨릴 수 있도록 가벼운 농담을 건네는 것, 그리고 아이가 잠시 머물다 가는 책상과 침대를 가지런히 정리해 두는 것으로 나의 마음을 대신 전합니다.
거실 바닥에 대자로 누워 세상을 향해 소리치던 아이가, 오늘도 밥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제 방으로 들어갑니다. 그걸로 충분한, 봄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