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꽃다리를 아시나요?

수수꽃다리 향기를 함께 맡으러 가자는 초대

by 달빛모아

휴일 이른 아침 산책길,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이 코끝에 닿았다.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수꽃다리가 활짝 피어 있었다. 지난가을부터 겨울까지 산책길에서 인사를 나눈 꽃이다.

수수한 우리말 이름이 친근하고, 주변 나무들과 달리 얇은 가지가 퍼져있는 모습이 갸냘퍼보여 녀석의 곁을 지날 때마다 한번 더 시선이 갔다.


얼마 전, 봄 햇살 속에 새순이 돋아나는 것을 스치듯 지켜보았고, 다닥다닥 꽃망울이 자리를 잡은 걸 보았다. 그러다 마술같이 하루사이 이렇게 피어난 것이다.


반가운 마음을 어찌 표현할 줄 몰라, 우선 카메라를 들어 꽃잎의 모습을 정성스레 담아본다. 하지만 사진에는 이 진한 꽃향기를 도저히 담을 수 없었다.


그러다 사랑하는 이들의 일정을 가만히 떠올려봤다. 회사 일로 정신없이 바쁜 신랑과, 학원 일정과 숙제에 치여 분주한 아이들. 각자의 속도로 숨 가쁘게 달리는 이들의 고단한 시간 사이로, 나는 수수꽃다리 이야기를 슬쩍 밀어 넣어봐야겠다 싶었다.


먼저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우리, 그 향기를 함께 맡으러 가자."라며 꽃이야기를 풀어냈다.

걷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온몸 가득 행복을 채워주는 그 향기 앞에 사랑하는 이와 함께 서는 것. 직접 공들여 키워낸 식물인양 뿌듯한 감정이 밀려왔다.


아이는 꽃을 가까이해서 향을 맡더니

"엄마, 이 꽃대안에 꿀이 있는 거 아니야?"

하며 몇 번이고 향을 맡았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꽃을 보고 향기에 취해 걷는 그 길이,

천국이 있다면 내게는 천국과 가장 닮은 순간일 것이다.


오늘도 가족들은 각자의 하루로 나선다.

나는 그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조용히 바란다.

꽃이 지기 전에, 한 번 더 그 앞에 함께 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