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 대신 향기를 만났다.
집에서 차로 30분이면 닿는 도심 공원.
아이들이 어릴 적엔 봄이면 유채꽃을, 가을이면 코스모스를 보며 한나절을 보내던 곳이다.
어느덧 중고등학생이 된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도 여전히 다정한 장소다.
몸이 아파 외출이 어려웠던 지난 일 년을 뒤로하고, 요즘은 휴일이면 가족과 어디든 걷고 싶어진다.
오랜만에 찾은 유채 밭은 아직 꽃대도 보이지 않은 유채나물밭 같았다.
5월의 만개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청보리밭처럼 싱그러운 초록이라도 보고 싶었는데 듬성듬성 땅이 보여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로 조성된 수목 사이를 걷다 향기에 발걸음을 멈췄다.
네임텍을 보니 '향분꽃나무'라 쓰여있다.
부케처럼 탐스러운 꽃다발 모양에, 봄햇살을 받은 작은 하얀 꽃잎들이 눈부셨다.
향분꽃 나무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코끝을 스치는 게 아니라 온몸을 감싸 안는 듯한 달콤한 향기가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꽃다발마다 벌들이 윙윙대며 꿀을 모으고, 봄바람은 그윽한 향을 멀리까지 실어 날랐다.
"엄마, 벌 많으니까 빨리 나와!"
걱정스레 만류하는 딸아이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이 반가운 향기를 기억하고 싶어 사진을 몇 장 남겼다.
초록의 유채 밭은 충분히 거닐지 못했지만, 뜻밖의 향기가 그 빈자리를 넉넉히 채워줬다.
기대했던 것을 얻지 못한 자리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만나는 일.
어쩌면 봄이 건네는 방식이 늘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아쉽다가도 참 감사한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