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홀려 나온 산책길, 공원 벤치에서 혼자 울었다.

오해하지 마세요, 눈에 뭐가 들어갔을 뿐

by 달빛모아

​유독 일거리가 많아, 하루 종일 집안일의 굴레에 갇혀 있었다.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고, 설거지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오후. 잠시 허리를 펴려 창가에 섰다가 나도 모르게 가벼운 탄성을 질렀다.

​거기엔 최근 들어 가장 예쁜 하늘 구름이 펼쳐져 있었다.



​파란 하늘 사이사이로 층층이 쌓인 뭉게구름이 드리워진, 실로 청명한 날씨였다!


'뭐야!~ 하늘이 저리도 이쁜데, 산책 안 하고 넘어가는 건 배신이다. 배신!'

저 멋진 풍경을 창너머로만 보기엔 너무 억울했다.

'딱 30분만 걷고 오자.'

망설임 없이 대충 걸쳐 입고 혼자 산책을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햇살은 생각보다 더 따스했고, 공기는 상쾌했다. 잠시라도 이 볕을 받으러 나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이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나눌 누군가가 곁에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역시나 근래 들어 본 하늘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모습이었으니까. 그거면 충분했다.


​바로 그때였다.

​벤치 근처 나무 아래를 지나는데, 어디선가 무언가 툭 날아왔다. 하필이면, 정말 하필이면 정확히 내 눈 안으로 골인해 버렸다.

​"아, 따가워."

​순간적으로 한쪽 눈이 따끔거렸다.

반사적으로 휴대폰 카메라를 켜서 눈 속을 비춰보았지만, 이물질은 보이지 않았다. 이물감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고, 불편함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주변에 산책하는 사람들이 두세 분 보였지만,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일단 이 녀석을 빼내야 했다.

​나는 벤치에 주저앉아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했다.

눈을 최대한 크게 뜬 상태에서 억지로 하품을 만들어내 눈물을 모았다. 그렁그렁 모인 눈물이 이내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렇게 한참을 '눈물 쇼'를 벌인 후에야 겨우 이물감이 사라졌다. "살았다" 싶은 안도감도 잠시, 정신을 차려보니 낯부끄러운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한낮의 공원 벤치에 홀로 앉아, 무슨 커다란 사연이라도 있는 여자처럼 훌쩍거리고 있는 내 모습이라니.

누가 봤으면 실연이라도 당한 줄 알았을 거다. 스스로 생각해도 참 웃기고도 민망한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벤치 한구석에서 짹짹거리는 소리 대신 묵직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비둘기 한 마리가 내 곁에 와 있었다. 녀석은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걸까? 아주 근거리에서, 그것도 나와 같은 벤치에 앉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너, 내 눈물 연기 직관하고 있었니?'

​서로 마주 본 채 어색한 침묵이 흐르다, 나는 속으로 속삭였다.


'… 저기, 네가 한 발짝 더 움직이면 내가 무서울 것 같거든. 그러니까 거기 그냥 있어 줘. 오지 마! 정말 '접근 금지'야.'

​녀석은 내 속마음을 알아들은 걸까. 아니면 울다 지친 여자의 모습이 흥미가 떨어진 걸까.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나를 마지막으로 관찰하더니, 툭- 소리를 내며 벤치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성큼성큼 제 갈 길을 걸어갔다.


​하늘이 너무 예뻐서, 그 구름에 홀려 나온 산책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이물질 습격과 비둘기와의 대치 상황으로, 마음은 꽤 바쁜 산책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시 하늘을 보았다. 구름은 여전히 예뻤고, 내 눈은 조금 퉁퉁 부어 있었다. 그래도 이 황당했던 소동 덕분에, 오늘은 결코 잊지 못할 산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그 민망했던 순간에 다가오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준 그 비둘기에게 감사를 전한다.

​비둘기야, 쏘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