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다는 착각
그는 컴퓨터 앞에만 앉아 게임만 했다. 문 틈으로 넘어오는 욕설과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는 나를 잠 못 이루게 하였다. 소리는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도 그치질 않았다.
“여보 밥 먹어요.”
아내의 말에 간신히 선잠에 빠졌던 눈을 떴다.
“여보 그만 좀 보고 식사 하세요. “
“허허……”
멋쩍은 웃음으로 마무리 지으려 했으나 온통 신경은 그 방으로 가 있었다.
어렴풋이 들은 적 있었다.
“페이커는 신이야. 언제나 우리의 우상이지.”
페이커. 그 이름을 한 번 유튜브에 검색해 보았다. 안경을 쓰고 팔짱을 낀 남자. 내가 보기엔 그가 페이커인 듯했다. 그러나 대부분 영상에서 알 수 있는 거라곤 고작 그 얼굴이 전부였다. 그 뒤로는 사람들의 환호성과 해설위원들의 감탐사만이 유일한 소통 수단이었다. 분명 미친 플레이라며 모두가 감탄했으나 나는 도무지 영상을 이해할 수 없었으며, 화면은 어지럽기만 했다.
이제는 뉴스도 그 게임 이야기를 전했다. 한때는 뉴스를 전혀 보지 않던 그도 게임이 나오는 뉴스를 챙겨보기 시작했다.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은 게냐? ”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난 티어가 골드따리야. 적어도 챌린저는 되어야 할 수 있어. “
여전히 나는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한 편으론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나의 어릴 적은 온통 스타크래프트였다. 혁명의 게임이었다. 어렵기만 했던 컴퓨터도 조금은 친숙하게 만들어준 게임. 어렵고, 어지럽긴 하였으나 상대방의 기지를 전부 부쉈을 때 그 쾌감은 언제나 짜릿했다. 테란 부대들이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군대 장군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웅장한 배경음악이 펼쳐지면 괜스레 뛰는 가슴에 활짝 미소를 그렸다. 그에겐 리그오브레전드란 게임이 나에게 스타크래프트와 마찬가지이려나.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단 하나, 나는 아직도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가 하는 일이 정말 그를 위한 것일까, 그를 위한다는 착각인 걸까.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에 나는 언제나 침묵으로 답했다. 정답은 언제나 일렁였지만 턱 끝에서 삼켜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나의 최선이니까.
인간은 이기적이다. 우리는 이기적이다. 나는 이기적이다. 결국…… 나는 위선자이다. 그저 죄책감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위선자.
“난 당신이 지긋지긋해.”
아내가 떠난 지 열흘이 지났다. 한참을 기다리다 문을 두드린 건 아내가 아닌 이혼 서류였다. 그녀와 나의 이름 석 자가 적힌 서류를 보자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니, 웃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마음껏 웃었다.
그 방에선 여전히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 틈 사이로는 그의 실루엣이 보였다. 전등을 끄고, 커튼을 쳐 캄캄한 사방 안에 유일하게 빛나는 모니터 화면. 침대는 한 번도 눕지 않은 듯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텅 빈 컵라면 용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는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는 법이 없었다. 물을 마시러, 밥을 먹으러 방 밖으로 나오는 일도 없었다. 그는 나와 마주할 일이 없었다. 그는…… 없었다.
피시방에 온 건 약 10년 만이었다. 딱 한 번 출장을 나갔다가 시간이 붕 떠 피시방에 왔었다. 시간을 때울 방법이라곤 컴퓨터 게임밖에 없었다. 처음엔 스타크래프트를 좀 했다가 마침 옆에 리그오브레전드 아이콘이 보였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아이콘을 향해 마우스 커서를 가져다 대었다. 로그인 정보도 없었고, 게임 방법도 몰랐지만 곧장 게임을 켰다. 회원가입을 하고, 게임 방법을 대충 읽은 뒤 튜토리얼을 실행해 보았다. 스타크래프랑 비슷한 듯 달라 조금은 조작이 어려웠다. 똑같이 건물을 부수는 게임 같은데 상대팀을 죽여가면서 돈을 얻고, 성장해 최대한 빨리 상대방 진영의 가장 큰 건물을 부셔야만 했다.
처음으로 사람들과 하는 모드를 해보았다. 아군들은 내가 초보임을 아는 듯 이것저것 설명해주기도 했고, 욕설을 퍼붓기도 하였다. 게임 시간은 대략 30분 정도였다. 상대편 가장 큰 건물을 부수고, 승리라는 문구가 떠올랐지만 아군들은 탐탁지 않은 듯했다. 게다가 상대편은 졌음에도 불구하고 신이 난 듯했다. 그때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었다. ‘이 게임은 게임의 승리보단 상대방 기분 나쁘게 하는 게 목적이구나.‘ 그가 이 게임에 왜 그렇게 열중인지 조금은 더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아내가 고용한 변호사에게 전화가 왔다. 위자료를 물어야 한다는 전화였다. 통화 종료음이 울리고 별별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씨발…… 좆같은 년. “
아내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지만 이미 차단되어 연결이 되지 않았다. 통화를 하려면 변호사를 통해 용건을 전달하는 방식밖에 없었다. 결국 그 남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변호사님.”
“네, 말씀하시죠.”
“다음 주 월요일에 아주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아내도 말하면 알 겁니다. 아내보고 올 건지, 말 건지만 알려달라 전해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다만, 저희 고용인의 요구에 따라 대답을 못 드릴 수 있습니다.”
“깐깐하네요. 감안하겠습니다.”
역시 그 뒤로 전화벨이 울리는 일은 없었다.
종각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들었다. 새해를 맞이하는 종소리를 들으러 대낮부터 모여들어 깔깔, 웃어대기 바빴다. 영풍문고에서 책 한 권을 산 뒤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고작 한 시간 외출임에도 불구하고 북적대는 사람들 탓에 기진맥진했다. 밤이 찾아올 때까지 책을 펼쳐 들었다. 방에서 들려오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를 음악 삼아, 연신 떠오르는 너를 이입물로 삼아.
그때도 이랬지. 그때도 똑같았지. 다른 게 하나 있다면 내겐 남아있는 게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손에 쥐어진 책 한 권이 전부였다.
연예계 시상식을 하다 종각으로 화면이 전환되었다. 사람들은 크게 떠오르는 카운트다운에 맞춰 숫자를 외쳤다. 마침내 숫자가 모두 줄고,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부둥켜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드론인지, CG인지 푸른 불빛들이 푸른색 용을 밤하늘 위에 그려냈다.
읽고 있던 책을 덮고 키보드 소리가 들리는 방으로 향했다. 문고리가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은 무거워졌다. 그럼에도 침을 한 번 크게 삼키고 천천히, 더 가까이 다가갔다. 마침내 문고리를 잡고 방 문을 열었다.
“아들, 새해 복 많이 받아.”
활짝 열린 문 너머엔 아무도 없었다. 정갈하게 정리된 이불, 깔끔하게 치워진 바닥, 먼지가 쌓인 키보드. 매일 나를 괴롭히던 너는 없었다.
“아빠도. ”
목소리가 들린 건 뒤편이었다. 서둘러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를 마주할 수 없었다.
“아빠도 새해엔 복 많이 받아. 진심이야.”
깔끔하게 치워진 바닥에 눈물이 툭, 하고 떨어졌다.
“아빠 때문이 아니야. 나를 위한다는 착각도 아니야. ”
아들의 방을 이렇게 오래 들여다본 건 이번에 처음이었을 것이다. 내가 아들의 나이였을 적…… 그때 나는 떳떳했을까.
구식 컴퓨터 옆에 잔뜩 쌓인 참고서와 공책, 몽당연필들. 그것들은 한동안 내 시선을 떠나질 않았다. 그의 책상 위엔 친구들과 찍은 사진 한 장 없었다. 고작 중학교 졸업식 때 찍은 졸업사진 한 장만이 전부였다. 요즘은 네 컷이라니, 프로필 사진관이라니 몇 발자국만 가도 사진관인데 그의 책상 위는 공허하기만 했다.
“미안하다…… 아빠가 이기적이라서.”
진심을 담은 말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페이커는 신이야. 언제나 우리의 우상이지. “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은 게냐? ”
“아직 난 골드따리야. 적어도 챌린저는 되어야 할 수 있어.”
”……“
“아빠가 말했지. 공부만에 네가 살 길이라고. 너 엊그제 학교 끝나고 피시방 간 거 다 안다. 곧장 독서실로 가서 오늘 배운 수업 복습하기도 바쁠 텐데 게임할 시간이 어디 있어. ”
“아니, 그래도…… 저번주에 중간고사도 끝났고, 애들이랑 놀려면 피시방을 가야 한다고.”
“끝난 건 중간고사지. 수능이 아니잖아? 노는 건 네가 대학 가서 놀아도 충분하다. ”
그때 그는 벌떡 일어나 방 문을 쾅, 닫았다.
“요즘 아들뻘 애들은 뭘 하고 노나? ”
“글쎄요. 아마 롤이란 게임을 할 거예요.”
흡연장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아들, 딸을 둔 유부남이었다. 일을 하다 흡연장에 모여들면 전부 자식들 얘기만 늘어놓았다.
“박 차장 님, 차장님 아들은 롤 안 하나요? 요즘 그 나이대에서 롤 안 하면 친구들과 대화하기도 어려울 걸요? “
“이보게, 저 인간이 아들 게임하게 그냥 내버려두겠나? 저 꽉 막힌 성격을 봐.”
유 대리가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합니다. 해요. 그래서 아주 미칠 것 같죠.”
마지못해 대답했지만 먼저 말리듯 말한 건 유대리였다.
“차장님, 차장님 때도 스타크래프트 한다고 가끔 밤새우곤 했잖아요. 지금 애들도 마찬가지예요. 가끔은 한 번 넘어가주세요. “
유 대리가 능청스럽게 말했으나 김 부장이 유 대리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가로젓는 모습에 담배를 하나 더 꺼내 물었다.
적어도 나처럼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나는 스타크래프트를 아주 잘했다. 동네는 물론, 전국 대회에서도 이름을 날렸다. 그렇기에 프로게이머란 꿈을 품게 된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강자들은 언제나 별처럼 떠오르기 마련이었고 나는 점점 잊혀갔다.
대학도 안 가고 해 왔던 거라곤 오직 스타크래프트였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게임 말곤 전혀 없었다. 부모님은 너덜너덜해진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패배자 취급하며 집에서 쫓아내기 바빴다. 결국 보란 듯이 공부해 대학에 입학했고, 늦은 나이에 회사에 들어갔지만 빠르게 승진할 수 있었다.
프로게이머를 준비하던 시절은 암흑기로 삼았다. 내겐 없는 시간이었다. 추억도, 기억도 아무것도 아닌 황무지. 난 아들에게 그런 황무지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2022년 12월 31일이었다. 아들은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 전까지 수학의 정석을 푼다고 방에 들어가 있었다.
“오늘 같은 날엔 그냥 쉬게 내버려두어요. 그러다 애 잡겠네.”
“지금 이 순간에도 적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어요. ”
아내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럼에도 나는 아량곳 않고 아들을 부르지 않았다.
2023년 1월 1일이 되는 카운트다운을 세기 1분 전, 그제야 나는 아들을 불렀다. 그러나 굳게 닫힌 문 너머론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그를 거실로 데려오기 위해 닫힌 문을 열어 아들을 다시 한번 불렀다. 그때 나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분명 수학의 정석을 푼다는 그는 헤드셋을 낀 채 롤이란 게임을 하고 있었다. 새해 카운트다운이고, 뭐고 없었다. 나는 당장 아들에게 컴퓨터를 끄고, 당장 나가라고 소리쳤다.
그의 눈시울은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곤 겉옷도 입지 않은 채 집 밖을 뛰쳐나갔다. 현관문이 닫힐 때까지 거친 숨이 내뱉어졌다.
“여보, 정말 왜 그래요! 이런 날까지 애를 저렇게 잡아야겠어요? “
마침내 티브이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소리부터, 이웃들이 외치는 소리까지 모두 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치기 시작했다.
5!
“여보, 그게 정말 주원일 위한 거라 생각해요? “
4!
“당신이 뭘 알아! 다 주원일 위한 거야.”
3!
”그냥 주원일 위한 척하는 착각이잖아. “
2!
“난 주원이가 나처럼 되지 않길 바라는 거야. “
1!
“위선자.”
해피뉴이어!
쿵……
사람들이 기쁨에 젖어 지르는 소리 사이로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이웃들은 그 소리를 못 들었는지 여전히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나와 아내는 등골이 서늘하게 찌릿거림을 느꼈다. 그리고 곧장 베란다로 향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내는 아래를 보자마자 그대로 주저앉았다. 나는 입을 떡 벌린 채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자동차는 차 안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보느라 갑작스레 뛰쳐나온 주원일 볼 수 없었다. 00시 00분. 캄캄하기도 했고, 주원이도 그 차를 볼 수 없었다.
그때 나는 그 사실 하나를 받아들였다. 나는 위선자다.
나는 여전히 그와 함께 살았던 아파트에 산다. 여전히 그의 피가 잔뜩 묻었던 주차장을 거닐고, 그의 마지막 순간을 바라본 베란다에 빨래를 넌다.
스마트폰에서 문자 알림이 울렸다. 아내의 변호사인 줄 알고 한동안 스마트폰을 바라보지 않았다. 책을 다 읽고 스마트폰 화면을 켰을 때, 문자의 주인공인 아내의 변호사가 아닌 T1 팬사인회 당첨 문자였다. 나는 아들의 방에서 찾은 공책 한 권을 꺼내 팬사인회로 향했다. 아들이 롤을 하면서 공부한 전략을 정리한 ’ 롤 공략법’ 공책이었다. 틈틈이, 나 몰래 공략집을 만드느라 글씨도 휘갈겨져 있었고, 크기도 매우 작았다. 나는 그가 존경한다는 선수 앞에 서서 공책을 펼쳐 들었다. 그는 아들의 ‘롤 공략법’ 위로 본인의 싸인을 쓰곤 내게 손을 내밀었다. 자연스레 그의 손을 맞잡아 악수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도무지 멈출 수 없었다. 사람들은 롤 프로게이머 앞에 서서 눈물을 흘리는 미친 40대 아저씨로 나를 알겠지. 저 남자도 팬심에 눈물이 터져버린 노망 난 아저씨로 날 보겠지. 부끄럽고, 무안하고, 숨고 싶었지만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그때, 사인을 받고 나오는 부자의 목소리가 아른거렸다.
“아빠, 저 아저씨 페이커의 열렬한 팬인가 봐.”
“그러게. 아들, 우리 팬사인회 온 기념으로 스킨빵 일대일 대결할까? ”
“아빠, 엄마한테 안 걸릴 자신 있어? ”
“우리 둘만 아는 비밀로 해야지. 가자. 피시방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