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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 조인순 작가 Apr 21. 2024

무의식

  외출을 하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중간쯤 내려가는데 차키를 안 가져간 것 같아 다시 올라가려는데 신랑이 왜 그러느냐고 묻는다.

  “차키를 안 가져온 것 같아.”

  “정신 안 차렷!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차키가 아니고 뭐야?”

  “어?”

  무심코 차가 주차해 있는 곳으로 가서 열심히 리모컨을 눌렀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차 문이 열리지 않았다. 차에 배터리가 다 돼서 그러나 하고 안절부절못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른 곳에 차를 주차해 놓고 차종이 같으니 번호판 확인도 안 하고 남의 차 문을 열려고 쌩 난리를 쳤다. 도대체 뭔 생각을 하며 사는 건지.

  운전을 하는데 상향등이 켜져 있다고 신랑이 빨리 끄라고 했다.

  “내가 안 켰어!”

  “지금 켜고 가잖아? 빨리 꺼, 그렇게 상향등을 켜고 운전하면 앞에서 오는 차들이 눈이 부셔서 운전하는데 위험해. 나쁜 사람 만나면 보복을 당할 수도 있어. 빨리 꺼!”

  “어떻게 켜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꺼, 내가 안 켰다고!”

  “뭐라고...?”

  차는 내 차가 맞지만 한 번도 차량관리를 해본 적도 없고, 여자들은 차가 굴러가기만 하면 되니까 차에 대해선 문외하다. 운전을 하다가 뭔지도 모르는 것을 잘 못 만져 곤혹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얼마 전 재래시장에서도 웃지 못 할 일이 있었다. 시장 안에는 활기가 넘쳤고, 사람들도 많았다. 이것저것 구경을 하면서 신랑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팔짱을 꼈더니 내 팔을 뿌리쳤다. 왜 그러나 하고 다시 옷소매를 잡아끌었더니 또 손을 뿌리치고 가버렸다. 나는 다시 옷소매를 잡고 따라갔다. 그런데 뒤에서 누가 툭툭 쳤다. 돌아보니 신랑이다. 건너편에서 물건을 구경하다가 내가 다른 남자 팔을 잡고 따라가는 것을 보고 따라왔다고 했다.

  “죄송합니다. 이 사람이 저인 줄 알고 착각했나 봐요.”

  신랑의 말에 그 남자는 씩 웃고 지나갔지만, 나는 많이 당황스러웠다.

  “그 남자가 그렇게 싫다는데도 계속 만지며 따라가고 싶냐?”

  “옷이랑 체격이 비슷해서 그랬지!”

   예전에 언젠가도 아들 녀석이 양말을 아무 데나 벗어 놓아서 한마디 했다.

  “야, 이 녀석아, 양말을 벗었으면 냉장고(세탁기)에 넣어야지 이게 뭐니?”

  다음날 아침에 아침 준비를 하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구린내 나는 아들의 양말이 냉장고 속에서 밤새 냉찜질을 하고 있었다. 순간 어찌나 열이 받던지 잠자는 녀석을 두들겨 깨워 아침부터 콩 타작을 했다. 데시벨은 점점 커져 이웃들의 단잠을 깨웠다.

  “이 녀석아 양말을 벗었으면 세탁기에 넣어야지 냉장고에 넣으면 어떡하니? 더러워서 반찬들을 어떻게 먹어? 도대체 너 정신이 있어 없어 어?”

  “엄마가 어제 냉장고에 넣으라고 했잖아요!”

  “뭐...?”   

  어이가 없어서 친구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그 친구는 한술 더 떴다. 그녀는 어느 날 목사님과 심방을 가기로 했는데 어쩌다 보니 좀 늦었다. 속옷만 입고 화장을 하고 있는데 밖에서 빨리 나오라는 소리를 듣고 후다닥 외투를 입고 나갔다. 심방에 도착해 외투를 벗으려고 보니 속옷만 입고 있어 너무 놀라 현기증이 났고, 방이 더워 땀을 뻘뻘 흘리니까 사람들이 외투를 벗으라고 권해 곤혹스러워서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박장대소했지만, 이렇게 일상 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그냥 웃어넘겨도 될지, 아니면 병원을 가봐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오늘도 서랍에서 라면을 꺼낸다는 것이 전자레인지를 문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고 있었다. 당최 뭔 정신으로 사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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