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by 루아 조인순 작가

아무리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 때문인지, 아니면 방랑 병 때문인지, 기회만 되면 어디든 떠날 준비를 하며 짐을 싸는 내가 보인다.


구도자처럼 길 위에 서서 길을 몰라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물에게 길을 묻는다. 바람 한 줄기, 구름 한 점,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이슬 몇 방울, 안개와 비에게도 길을 묻고 또 물었다.


너무 많은 질문을 받은 낮이 자리를 바꾸고 밤이 찾아왔다. 나는 다시 밤에게 길을 또 물었다. 어둠은 비를 데리고 왔는데 고요도 함께 왔다. 고요는 조용히 나를 껴안고 빗소리를 함께 듣자고 했다.

집을 떠나온 나그네는 오늘 밤은 숙면에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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