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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 조인순 작가 Jul 31. 2024

위양지

달빛이 서 있는 오솔길을 걸어

이슬이 잠든 풀숲에 들어서니

내면도 젖고 발목도 촉촉이 젖는다

머슴의 고봉밥처럼

새하얗게 피어 있는 이팝나무 꽃

물그림자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나그네는 걸음을 멈추고

심연에서 돌멩이 하나를 꺼내 만지작거린다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연못

뽀얀 물안개가 뭉글뭉글 피어오르고

연못을 바라보고 서 있는 나그네

손에 든 돌멩이를 끝내 연못에 던지지 못한다     


희미하게 빛을 품기 시작한 위양지

연못은 조금씩 몸을 움직이고

흐릿한 사물이 경계를 세우며 잠에서 깨어난다

물안개는 모습을 감추고

연못의 주인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아침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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