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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거수일투족

by 루아 조인순 작가

야채에 붙어 따라온 달팽이

싱크대에서 무전취식 하며

제집처럼 터를 잡고 살고 있다


아침이면

달팽이가 기어 나와

싱크대 옆에 붙어 꼬물댄다


녀석들이 숨어서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을 줄이야


뒷골이 서늘했던

이유가

녀석들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불청객을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달팽이가 살던 곳으로 보내주기로 했다


삶과 죽음은 달팽이의 몫이므로

장맛비가 하루 종일 서성이던 날

빗방울에 실어 화단으로 내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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