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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대화

by 루아 조인순 작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커피숍에서 수다를 떨었다. 모태솔로인 친구에게 새해엔 시집을 가라고 덕담을 했다. 그 말을 들은 친구가 그랬다.


“야, 이 나이에 시집은 뭔 시집을 가? 젊었을 때도 안 쳐다본 남자를 다 늙어서.”

“그래도 항상 희망은 가져야 하는 거야. 혹시 아니. 올해는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날지.”

“그 백마 탄 왕자님은 분명 노안이거나 치매초기 일거야. 그러지 않고선 젊은 처자도 많은데 다 늙은 여자를 보고 반할 리가 없잖아!”

“뭔 소리야. 아직도 몸매는 에스라인 얼굴은 브이라인 피부는 반짝반짝하구먼.”

“야, 너는 나이가 몇 갠데 아직도 공주병이니?, 너, 아침에 약 안 먹었지?”

“응, 약이 떨어져서 못 먹었어. 그러는 넌 약 먹고 왔냐? 너도 공주병이 만만치가 않거든.”

“나는 깜박 잊고 못 먹고 왔지.”

“푸, 하하하.”


우리들의 대화는 그렇게 한바탕 웃음으로 끝났다. 아무 의미도 없고, 어디서 생겨났는지 알 수도 없고, 왜 저 구름이 하늘에 떠있는지 누구도 관심 없고 궁금해하지 않는 구름. 어느 순간 생겨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구름처럼 우린 그렇게 구름의 대화로 한바탕 웃고 말았다.


어린 시절 엄마들이 왜 쓸데없는 말을 하며 배를 잡고 웃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해가 갔다. 삶이라는 긴 인생길을 걸어가다 보면 때론 지쳐서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다. 삶이 건조하고 버겁다고 느껴질 때 누군가 실없는 농담을 하면 그 농담에 한바탕 웃고, 그 웃음에 힘든 순간들을 실어 날려버리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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