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안양시 최남단에 위치한 호계3동으로 몇 년 만 있으면 환갑을 맞는 안양교도소가 있다. 주차장에는 아름드리 뽕나무 2그루와 밤나무, 산수유나무가 많다. 교도소 안에 닭장도 있어 닭 우는 소리가 우리 아파트까지 들린다. 처음엔 외진 곳에 교도소만 덩그러니 있다가 지금은 평촌 신도시가 생기고, 주변도 개발되어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서 주민들이 많이 산다.
봄이면 노란 산수유 꽃이 피고 여름에는 뽕나무에 오디가 까맣게 익어 새들이 이것을 따먹느라 바글바글하다. 산수유 열매는 이듬해 봄까지 달려 있어 겨울에 하얀 눈을 뒤집어쓰면 너무 붉어 동백꽃처럼 보인다. 주위엔 작은 야산이 있어 다람쥐와 청설모도 많이 산다. 가을이면 밤과 도토리 고욤이 열리는데 산책하다 보면 길가에 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이곳에 처음 이사 왔을 땐 교도소와 이웃해 산다는 것이 꺼림칙해 싫었다. 조금만 살고 가야지 했는데 집 앞에 파출소가 있어 치안 걱정도 없고, 운동장이며 도로가 교도소부지라 깨끗해 살다 보니 편해서 10년을 넘게 살고 있다.
며칠 전 봄비가 내리고 난 후 법무부 운동장에 벚꽃이 활짝 폈다. 몇 해 전부터 이맘때가 되면 운동장 옆에서 벚꽃 축제와 함께 음악회가 열린다. 1년 전 교정아파트 담장을 허물고 꽃을 재배해 봄이면 유채꽃과 가을이면 코스모스도 볼 수 있고, 교도소 안에 원예반이 있어 국화꽃 전시회도 한다. 굳이 힘들게 멀리 꽃구경을 가지 않아도 집 앞에서 사계절 내내 꽃들을 감상할 수 있어 좋다.
오늘부터 전국 교도소 재소자들이 만든 공예품을 후문 벚꽃나무 밑에서 전시하고 있다. 도자기를 비롯해 한지공예 등 여러 가지 작품이 전시됐다. 작품에 전국 교도소 이름도 붙어 있다.
우리나라에 교도소가 그렇게 많은지 오늘 처음 알았다. 한마디로 작은 나라에 감옥이 넘쳐나는 셈이다. 작품 중에 도자기와 한지공예는 너무도 정교해 어느 이름 있는 예인의 작품 못지않게 아름답다. 그들이 만든 작품을 감상하다 궁금해 옆에 서 있던 교도관에게 물었다.
"이런 작품은 어떤 재소자가 만드나요?"
"무슨 말씀인지……?"
"그러니까, 이런 작품을 만드는 재소자는 죄질에 상관없이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또한 작품성을 인정받으면 형도 감해지는지를 알고 싶어서요?"
"그것은 아닙니다. 죄질이 나쁜 재소자는 참가할 수 없어요. 그리고 형이 감해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 네."
교도관의 대답에 여운이 남지만 계속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꿈은 비록 죄를 짓고 세상으로부터 격리돼 있지만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와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작품에 담았을 것이다.
그들이 세상 속으로 가는 길은 어쩌면 멀 수도 있고, 가까울 수도 있다. 작품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 같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오듯 법무부 운동장에 만개한 벚꽃처럼 나의 작은 바람은 부디 그들이 세상 속으로 돌아오면 다시는 혼자서 어둠 속에 갇히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