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을 다듬는데 비릿한 냄새가 났다.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고 역겨워 참을 수가 없어 후다닥 고추장 한 숟가락 퍼먹었다. 그러고 보니 유년의 어디쯤에도 그랬던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몸이 차고 약해 조금만 과식을 하거나 배고파 음식을 허겁지겁 먹으면 급체를 했다. 아버지는 한의학에도 조예가 깊어 자식들이 자라면서 겪게 되는 어지간한 잔병치레는 직접 치료해주셨다. 그중에서도 나는 몸이 약하고 차서 잔병치레가 많아 부모님을 걱정시켰다.
비위 또한 약해 형제들에 비해 아무거나 잘 먹지도 못했다. 비위생적이거나 이상한 말은 들으면 구토를 하곤 했다. 밥 먹다가 동생들이 방귀를 뀌면 그 냄새 때문에 그날은 쫄쫄 굶어야 했다. 맛있는 반찬이 올라오는 날에는 언니와 오빠는 짓궂게 밥 먹다가 이상한 이야기를 하거나, 방귀를 뀌거나, 가래침을 뱉는 시늉을 했다.
예를 들어 '구더기'하면 갑자기 구더기가 꾸물대는 것이 연상돼 구역질이 나서 밥 먹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예전에 재래식 화장실에 살이 통통하게 찐 하얀 구더기들이 바글바글했다. 구더기와 이웃하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구더기가 화장실에서 기어 나와 마당에 돌아다녔다. 그 뒤로 그 친구가 주는 것은 먹지 않았다.
유일하게 먹은 것은 매스꺼운 속을 잠재우기 위해 고추장을 퍼먹었다. 매운 고추장을 한 숟가락 퍼서 들고 다니며 빨아먹었다. 속 아프다고 어머니의 꾸지람을 들으며 집에 있는 고추장은 어린 내가 다 퍼먹은 셈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의사들을 제일 부러워한다. 특히 외과의사는 부러움의 경지를 넘어 신적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 역겹고 비릿한 피 냄새를 견디며 몇 시간씩 환자를 수술하고 나와 바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위대해 보인다. 의사인 친구를 만나 이런 말을 하니 그 친구도 인턴 때 급성 맹장염 환자 수술실에 들어갔다가 역겨운 냄새를 참을 수 없어 수술실에서 구토를 했고, 그날 선배들한테 혼쭐이 났다고 했다. 너처럼 비위가 약한 사람은 죽어도 의사는 못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맞는 말이다. 나는 의사라는 직업은 자신이 없다.
성인이 돼서도 닭고기는 가슴살만 먹었고, 다른 고기는 전혀 먹지 못했다. 돼지고기는 돼지가 꿀꿀대며 돼지우리를 돌아다니는 것이 생각났다. 소고기는 소의 크고 슬픈 눈이 생각나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예전에 소는 집집마다 없어서는 안 될 아주 귀한 일꾼이었지 식용이 아니었다. 농사일은 소가 거의 다 했기 때문이다. 개고기는 집 나갔다 돌아오면 반갑다고 꼬리치며 달려드는 것이 생각나 더욱 먹지 못했다.
시집에 첫인사를 갔는데 시어머니 될 분이 밥을 그렇게 조금만 먹으니 몸이 약하다고 고춧가루 묻은 숟가락으로 자신이 드시던 밥을 덜어 물까지 부어 주셨다. 어른이 주시는 것이니 버리지도 못하고 꾸역꾸역 억지로 먹었는데, 그날 급체를 해서 응급실에 실려 갔다. 시집도 못 가고 처녀귀신이 될 뻔했다. 엄마들은 자기 자식이 남긴 음식은 다 먹는다고 하는데, 어린 아들이 남긴 밥도 먹지 못했다.
요즘은 개고기만 빼고 거의 다 먹지만 식성은 크게 변하지 않았고, 조금 무뎌졌을 뿐이다. 전에는 외식을 하다가 음식에 이물질이 나오거나 상추 잎에 벌레가 나오면 기겁을 했는데, 요즘은 주인을 불러 조용히 건네주고 만다. 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고추장을 퍼먹는 것을 보면 불치병이 확실하다. 어떻게 하면 약한 비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