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

by 루아 조인순 작가

양쪽 종아리 전체에 작은 물집이 빨갛게 돋아나 여간 가려운 게 아니다. 종아리에 온 신경이 곤두서 왜 이런 물집이 생겼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비상약 함을 열고 피부에 대한 약을 다 발라 봐도 계속 가렵고 따가워 미칠 지경이다. 무엇이 문제라 이런 끔찍한 것이 몸에 돋아났는지 몰라서 겁나고 두려워 밤잠을 설쳤다. 이 생각 저 생각에 머릿속이 하얗고 복잡했기 때문이다.


설마 대상포진은 아니겠지? 5년 전에 대상포진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어 예방접종도 했고, 물론 예방접종을 했다고 해서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심하지 않을 뿐이다. 휴일이라 병원도 못 가고 심한 가려움에 두려움만 증폭되었다. 피부병은 다른 병과 달리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타인은 물론이고 환자에게도 역겨움과 공포감을 동시에 가져다준다.


붉게 돋은 수많은 수포를 보니 공포감에 정신과 뇌가 마비되는 것 같다. 대상포진을 앓아 본 사람이라면 그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차라리 어디 한 군데 부러지는 게 낫지 대상포진 통증은 온몸의 신경 세포를 날카로운 바늘로 꾹꾹 찌르며 돌아다닌다. 그 후유증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비상약을 모든 발라 봐도 차도가 없어 고민을 하다가 물집이 생긴 근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음식을 잘못 먹어 식중독인지, 아니면 풀숲을 반바지 차림으로 지나간 적은 없는지, 햇빛 알레르기인지, 지난 며칠을 반추해 보니 답이 나왔다.


하루에 잠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모두 책상에 앉아 있다 보니 종아리가 저려서 며칠 전에 압박스타킹을 신고 있었던 것이 화근이 되었다. 이렇게 무더운 삼복더위에 바람도 통하지 않는 압박스타킹을 신고 있었으니 살이 짓무르고 땀띠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얼마나 덥고 뜨거웠으면 종아리 전체가 붉은 반점이 돋아났을까 생각하니 곰도 이런 곰이 없지 싶다. 원인을 알고 좁쌀처럼 동글동글 맺혀있는 물집에 소독을 하고 땀띠약을 바르니 순식간에 가려움도 사라지고 물집도 어느 정도 들어갔다. 다리 저림을 참지 못해 미련하게 한여름에 압박스타킹을 신고 있었던 것이 이런 결과를 불러올 줄은 미처 몰랐다.


이처럼 인간이란 얼마나 어리석고 나약한 존재인가.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듯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끝없이 고통스럽고 혼란스럽다. 마치 바다에서 풍랑을 만난 배처럼 끊임없이 흔들린다.


무엇이든 알고 있으면 능동적이며 사람을 대하고 부리는데도 여유와 자신감이 있고 속는 일도 없다. 그러나 잘 모르면 수동적이며 손해를 볼 수도 있고, 나쁜 사람에게 휘둘림을 당할 수도 있다. 소크라테스도 "유일한 선은 앎이요, 유일한 악은 무지"라고 했듯이, 알면서 안 하는 것과 몰라서 못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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